'6억 주담대 규제' 가계대출 잡는다… '붉은 넥타이' 이창용, 기준금리 동결(종합)
한국은행 하반기 첫 금통위… 불안한 금융·부동산 시장 우려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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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지난 4월 이후 서울·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가 다시 들썩이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었고, 11월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올해 상반기 네 차례 회의에서 동결과 인하를 오가며 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건설·소비 등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영향 등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부양에 맞춘 결과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동결한 배경은 부동산·가계대출이 요동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43% 뛰어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주택매매 수요를 뒷받침하는 가계대출도 지난달 은행권에서 6조2000억원 급증한 것을 비롯해 금융권 전체에서 6조5000억원이나 불었다. 지난해 10월(6조5000억원)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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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서울 등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고강도 규제를 내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금리 인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만 끌어올릴 수 있다. 코로나19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집값 등을 봐가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국과 2.0%포인트 벌어진 기준금리 격차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발목을 잡는다. 지난 9일 공개한 연준의 6월 통화정책 회의록에 따르면 19명 정책위원 중에서 "대부분"은 올해 말 금리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했다.
7월 금리인하와 같은 즉각적 대응을 지지하는 경우는 소수의견에 불과했다. 일부 정책위원은 금리인하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6월 17~18일 회의를 마치고 연준은 기준금리를 4.25~4.5%로 유지해 지난해 12월 인하 이후 계속해서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준이 이달 다시 금리를 동결하고 연내 한 번 0.25%포인트 정도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며 "고용 등 미국 경제가 너무 탄탄해 금리를 급하게 낮출 이유가 없는 만큼 한은도 연준 속도에 맞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인하' 소수의견 주목… 이창용 '붉은 넥타이'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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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은 금통위원들의 소수의견에 쏠린다. 내수 회복세가 미약하고 하반기 미국 관세 충격이 뚜렷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해 연내 한두 차례 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특정 지역의 집값이나 가계부채 문제는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대상이 아니라 미시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한은도 10월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을 연기했지만, 이번에는 대출 규제 등 거시건전성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집값 등이 안정되면 성장 부진을 걱정하는 한은이 연내 최소 1회 정도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는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왔다. 과거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는 비둘기파(통화완화)적,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는 매파(통화 긴축)적인 신호로 여겨졌다. 붉은색과 푸른색 중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보라색은 동결을 상징한다.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란 관측 속에 붉은 넥타이를 맨 이 총재는 통화 완화 정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과거 한은 총재들에 비해 재정정책, 정치적 상황 등에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한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대출 규제에 대한 기대(혹은 평가)도 함께 표현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발언은 시장에 곧 매파적으로 전달되며 8월 인하 기대를 희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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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