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로 순항하던 김기동 감독 앞에 분수령 같은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결과'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포항스틸러스에서 잘 나가던 김기동 감독은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독이 든 성배'라 불리는 FC서울 지휘봉을 잡았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으나 그는 "잘 할 자신 있다. 김기동은 다르다는 것 보여주겠다. 감독인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는 화끈한 출사표를 던졌다.


첫 시즌 김기동 감독은 FC서울을 4위로 끌어올렸다. 앞선 4시즌 내리 하위스플릿에 머물렀으니 분명 도약이었다. 그래서 김기동 감독과 서울 팬들은 2025시즌 더 높은 곳으로의 비상을 꿈꿨다. 구단도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절반 이상 소화한 시점까진 만족스럽지 않다. '기성용 이적'이라는 생각지 못한 이슈도 터졌다. 다소 불안한 행보지만 구단은 계속 밀어주고 있다. 김기동 감독도 '이 길이 맞다'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이후에 나올 결과는 커다란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승승장구에 가까운 그의 지도자 인생에 분수령 같은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기동 감독의 FC서울은 10일 현재 7승9무5패 승점 30으로 상위 스플릿 마지노선인 6위에 올라 있다. 개막 전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우승후보로 꼽힌 것에 비하면 기대를 밑도는 위치다. 그렇다고 아주 부진한 것은 아니다.


파죽지세 선두 전북(승점 45)과의 격차는 꽤 벌어졌으나 2위 대전하나시티즌(승점 35)과의 거리는 불과 5점이다. 아직 일정은 많이 남았고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다만, 앞으로는 지켜보는 이들의 '인내심'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팀의 상징적인 선수 기성용을 다른 팀으로 보내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김기동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과 김기동 감독은 최근 큰 홍역을 치렀다. 베테랑 기성용이 김기동 감독의 계획에서 배제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구단의 상징적인 선수가 포항으로 떠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팬들은 '버스 가로막기'라는 비상식적인 행동까지 펼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축구계 모두가 놀랐던 결정이다. 기성용 쯤 되는 선수를, 계약 기간이 6개월 남은 구단 레전드를 다른 팀으로 떠나보내는 것은 감독 입장에서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단호했다. 지금의 결정이 '성적'을 위해 필요하다는 소신이었다.

논란 후 처음으로 미디어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서울 감독으로 부임하며 최우선 목표는 수호신(서울 서포터즈)에게 웃음을 되찾아주자는 것이었다"며 "서울 구단에 대한 내 진심은 굳건하다. 아쉬워하고 힘들어하는 팬들에게 더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성적으로 말하겠다는 것인데, 스스로 퇴로를 막아버린 배수진이었다.

구단도 계속 김기동 감독을 지원하고 있는 모양새다. 내부에서도 기성용 이적에 대한 반대 기류가 있었으나 어쨌든 선수단 리더의 선택을 존중했다. 그리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현재 리그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라는 안데르손까지 영입, 스쿼드를 보강했다. "FC서울이 이 정도로 돈보따리를 푸는 것은 예를 찾기 힘들다"는 말이 나도는 수준이다.


김기동 감독은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축구대표팀의 동아시안컵 일정으로 K리그1 일정이 잠시 멈춘 현재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는 김기동호는 속초에서 짧은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서울 관계자는 "리그 휴식기를 맞아 전지훈련을 결정했다. 어제(9일) 선수단이 속초로 떠났고 토요일까지 3박4일간의 일정으로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격적인 결단과 파격적인 지원 속 자신의 길을 고수하고 있는 김기동 감독. 결과에 따라 화려한 날개를 달 수도 있고, 크게 휘청거릴 수도 있다.

동아시안컵이 진행되는 지금의 담금질 기간 그리고 대회가 끝나고 K리그가 재개되는 시점부터 대략 한 달이 지도자 김기동 인생에 아주 중요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폭염인데 김기동의 올 여름은 더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