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위원회는 이달 중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릴 전망이다. 사진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생산되는 후판. /사진=현대제철


무역위원회가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결정을 앞두고 있다. 철강업계는 저가 중국산 제품이 시장에 범람하면서 국내 철강 가격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며 지난해 반덤핑 제소에 나섰다. 업계는 후판에 이어 열연강판까지 잠정 관세 부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무역위는 이달 중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열연강판은 자동차 구조재, 강관, 고압가스용기 등에 사용되며 자동차·건설·조선·산업기계 등 주요 산업 전반에 폭넓게 활용된다. 연간 철강재 수입량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 철강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무역위에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을 반덤핑 제소했다.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이 생산원가 이하로 국내에 유입돼 가격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역위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3월 정식 조사에 들어간 이후 국내외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자료를 제출받고 업계 의견도 청취한 상태다. 현재 관계 부처와의 협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후판에 대한 반덤핑 본판정도 다음달 중 나올 예정이다. 후판은 지난 4월 예비판정을 통해 중국산 제품에 27.91~38.02%의 잠정 관세가 부과됐다. 해당 잠정 조치는 다음달 23일까지 유효하다.


무역위는 현재 후판에 대한 본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본판정 결과에 따라 최종 관세율이 확정된다. 최종 관세는 향후 5년간 적용 여부도 함께 결정된다.

철강사들은 후판 및 열연강판에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다는 점을 들어 관세 부과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특히 조선·건설업계향 수주를 중심으로 중국산 저가 수입재와의 가격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철강업계는 이번 반덤핑 조치가 장기화된 가격 경쟁을 완화하고 국내 생산기반을 지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박홍 현대제철 재무관리실장은 지난 4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속적인 철강 수요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2분기 이후 저가 수입재 대상 반덤핑 제재를 통한 국내 경제 환경의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산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조선, 건설, 중소 제조업체 등은 관세 부과 시 원자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국내 중소형 조선소와 기초 가공업체들은 중국산 저가재 의존도가 높아 관세 부과 시 원가 상승과 마진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업체는 관세 부과에 앞서 충분한 유예기간이나 보완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열연강판의 경우 구체적인 관세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후판과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열연 제품은 적용 범위가 넓고 수요층이 다양한 만큼 관세 부과 이후 공급 체계에 미칠 영향을 중장기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산 저가 제품이 원가 이하로 밀려 들어오면서 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후판에 잠정 관세가 부과된 것처럼 이번에도 무역위가 열연에 대한 잠정 관세를 부과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