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이라도 건축주가 되어본 사람들의 말이다. "수명이 10년은 단축된 것 같다." "죽기 전에 다시 안 하고 싶다."


공사업계의 오랜 관행 중 하나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 시공사는 공사 수주를 위해 온갖 조건을 내걸고 이익 보장을 약속했겠지만 계약금이 입금되는 순간 돌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발주사와 시공사간 공사비 분쟁은 더욱 심각해졌다. 시공사의 공사 이익이 줄어들고 심한 경우 공사 적자로 기업이 존립을 위협받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대기업과 달리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조합과 중소 시행사 등은 협상력에 약자일 수밖에 없어 유치권 행사로 속수무책 당하는 일도 많아졌다.


정부가 공사대금 세부내역을 검증하는 제도를 강화했음에도 공공기관의 권한이 제한돼 있고 심사 결과에 대한 법적 효력도 약하다. 민간 정비사업 현장의 공사비 분쟁은 지속해서 늘어 한국부동산원의 검증 건수가 2019년 3건에서 2024년 36건으로 5년 동안 12배 증가했다.

공사비 협상 문제에서 약간 다른 양상을 띠는 것이 '공공 공사' 부문이다. 시공사들은 공공사업 발주기관이 갑의 지위에 있어 공사 이윤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공기업들의 항변이다.


동네 작은 보도블록 공사도 '눈먼돈' 취급 받는 것이 공사비 세부내역으로 통한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배관건설공사를 수행했다고 소개한 한 대표의 글이 화제됐다.

그는 "관급 공사에선 견적 검토 없이 예산에만 맞춰 진행하기 때문에 남겨 먹기가 쉽다"면서 "그런데 당시 이재명 시장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도시공학 자격증을 취득해 한국상하수도협회 부회장직 자격으로 현장을 직접 감독했다. 예산 한푼도 더 못주니 보도블록 쓸데없이 열면 기성에서 다 빼겠다고 난리를 쳐 업자들이 학을 뗐다"고 밝혔다.


해당 글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리고 개별 사안마다 다를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SNS를 통해 논란이 확산되며 공공 공사의 투명성에 대한 화두를 다시 던졌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사업, 그리고 현재는 민영화가 이뤄진 KT의 옛 공공부지 개발사업 등에서 발주사와 시공사의 공사비 전쟁은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치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올해 두 번째이자 이재명 정부 첫 번째인 추가경정예산(추경)을 31조8000억원 규모로 확정해 오는 9월까지 85% 이상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1조4000억원에 달한다.

국고보조금을 투자하는 시설 공사는 조달청이 집행·관리를 하는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지침'이 2016년 8월 시행되기 이전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온 문제가 있었다. 심한 경우 세금계산서를 위조하거나 허위 금액을 청구하는 일도 성행했다.

건설업계 입장에서 보면 공사비 현실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장기 과제지만 심사의 전문성 또한 간과해선 안된다. 부실시공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되 민간 공사에 비해 에스컬레이션(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변경)을 폭넓게 허용하는 공공 공사는 더욱 철저한 공사비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공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 시공사들이 담합 등의 방식으로 공공 공사 입찰을 좌지우지하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면서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기업들의 어려움에 공감하지만 예산 집행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혈세로 짓는 공공 공사비 심사에서 전문성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각자의 이익 문제를 넘어 건설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노향 건설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