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권한을 둘러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간 셈법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사진은 금융감독원 본원./사진=머니S


정부의 금융당국 조직 개편안이 막판 조율 단계에 접어들었다.

금융감독원을 둘로 쪼개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면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자리 만들기식 관료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위원회 해체를 전제로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기능은 금융감독원에서 분리해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체제로 재편하는 안을 조율하고 있다.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소보처)는 별도 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

금융위(금융정책·감독정책) 산하에 감독집행 기구인 금감원을 둔 감독체계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로 17년 유지됐다. 지난 2013년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사태를 계기로 당시 진보진영 학자 중심으로 감독체계 선진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감독체계 개편을 주장하는 측은 2013년 영국이 통합형 감독기구인 금융청(FSA)을 해체하고 건전성 감독기구인 PRA와 영업행위감독기구인 FCA를 별도로 설치한 사례를 '글로벌 스탠더드'의 예시로 든다. '쌍봉형' 체제 감독이다.

금감원은 조직 개편 중 소비자보호처 분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선 "검사권 없는 금소원은 실질적 소비자 보호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금융노조는 이날 서명서를 발표하고 "금융위를 금융감독위원회로 바꾸고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그 아래에 두는 식의 조직 재배치가 과연 무엇을 바꿀 수 있겠느냐"며 "감독체계의 본질적 일원화 없이 간판만 바꾸는 개편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국정위를 향해 "이제 논의의 중심은 '누가 조직을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금융소비자를 지킬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며 "국정위는 각 조직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금융감독 실질 강화를 목표로 개편의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은행은 이창용 총재가 직접 나서 권한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한은은 금감원과 공동 검사 권한만 갖고 있으나 한은이 독자적으로 감독 및 검사를 통해 자본 비율·내부통제 등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아시아개발은행(ADB)·국제통화금융저널(JIMF)과 공동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 이후 기자들과 만나 "거시건전성 정책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고 비은행 금융기관을 공동 검사할 권한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대로 금융당국 개편을 단행할 경우 금융사를 감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기관만 기재부, 금융감독위원회,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원까지 네 곳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검사권을 요구하고 나선 한은이 포함되면 '시어머니 다섯' 체제가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측은 "간판만 바꾸고 자리만 나누는 개편은 무의미하다"며 "중복 감독을 없애고 현장 중심 감독과 선제적 예방이 가능하도록 금융감독 기능을 일원화하는 것이 개편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