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머니S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글로벌 엔터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전대미문의 사법리스크에 글로벌 전략이 흔들릴 위기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부정거래 혐의와 직원들의 증권시장 비위 행위가 불거지면서 대내외적으로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현지화 엔터 전략은 방 의장이 직접 고안해 의지를 갖고 추진한 사업인 만큼 방 의장의 사법 족쇄가 무거워질수록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하이브는 올해 하반기 내 인도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미국, 일본, 라틴아메리카에 이어 인도까지 해외 거점을 확대함으로써 하이브의 글로벌 전략 지형에 또 하나의 핵심 기지가 추가된다.

인도 진출은 방시혁 의장이 주도하는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의 연장선이다. 방 의장은 K팝의 사업모델을 다른 장르와 시장에 적용하고 수출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현지 문화와 음악 시장의 특성에 맞춰 거점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현지 아티스트를 K팝 방식으로 발굴해 글로벌 IP(지식재산권)를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이미 방탄소년단(BTS)이라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키워낸 만큼 인도를 발판으로 '제2의 BTS'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14억명이 넘는 인도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밝은 젊은 세대들도 많은데 인도 전체 인구 약 47.5%가 25세 이하이며 평균 연령은 29세로 한국(45세), 일본(49세), 미국(38세), 중국(39세)보다 어리다.

인도 미디어·엔터테인먼트(M&E) 산업 규모는 지난해 약 43조원에서 올해는 4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디지털화를 급속하게 추진하며 5G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 모바일 기반의 영상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 쇼츠, 릴스, 틱톡 유사 앱 등을 통한 K콘텐츠 소비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북미·동아시아 지역과 달리 아직 엔터사들의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은 미개척지라는 점도 장점이다.


이 같은 행보는 방시혁 의장의 의지가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방 의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악화될수록 글로벌 확장 계획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방 의장은 2020년 10월 하이브 상장 후 주식을 매각해 이익을 취하기 위해 기획 사모펀드(PEF)를 활용해 기존 주주와 개인투자자들을 기망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이 지연될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하고 측근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매각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후 방 의장은 사모펀드로부터 상장 성공 시 투자이익의 30%인 4000억원 정도를 받는 이면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주주의 조기 엑시트를 돕는 구조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4일 오전 9시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소재 하이브 본사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돌입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6일 방 의장과 하이브 전 임원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통보 조치한 상태다.

여기에 하이브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비위 사례까지 불거지며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방탄소년단(BTS) 완전체 복귀로 주가 반등과 글로벌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오너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 투자자 신뢰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추진 동력도 약해지고 현지 파트너십 협상이나 투자 유치 과정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관련 위반에 따른 이익 또는 회피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