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타 치하루 '리턴 투 어스'展 전시 전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가나아트는 시오타 치하루의 근작을 선보이는 '리턴 투 어스어스' 전시회를 9월 7일까지 연다.


시오타 작가가 지난 2022년 가나아트에서 '인 메모리'를 개최한지 3년 만에 다시 여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에서 소개한 작품들을 한국에서 처음 공개한다. 작가가 오랫동안 집중해 온 삶과 죽음, 실존과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25일 가나아트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오타 작가는 "암 선고를 받은 후 내 자신의 생명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라며 "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사유를 작품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원래 유화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결국 누군가의 그림을 그리는 모방이라는 생각이 들어 회화를 그만뒀다"며 "실로 연출한 이번 전시를 통해 회화 작업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설명했다.

시오타 치하루 '리턴 투 어스'展 전시 전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시오타는 전시 첫 작품을 삶에 대한 자신의 고뇌를 담은 작품으로 골랐다고 밝혔다. 아울러 마지막 작품은 실이 중력에 의해 늘어져 바닥의 흙에 닿을 듯한 모습을 연출하며 우주와 자연으로의 회귀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빨간색 실은 혈관을, 검은색 실은 죽음이자 우주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흰색 실은 한강의 작품 '흰'을 보고 받은 영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암 투병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한 작가는 인간의 유한한 삶을 소멸로 보지 않고 또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작품에 투영했다. 이는 인간의 생명의 근원으로 확장되고, 인간 사이의 관계성, 정체성과 기억, 사회가 만들어낸 이분법 속에서 개인의 위치에 대한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복합적인 사유를 시각하기 위해 작가가 사용한 재료가 '실'이다. 실은 감정과 기억, 관계의 흐름이 물질화된 형태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구조를 외부로 끌어들이는 매개다. 단일한 선이자 무수한 교차점을 형성하며 세포와 세포를 잇고 생명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25일 가나아트센터에서 시오타 치하루 작가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이번 전시는 시오타가 오랫동안 집중해 온 주제를 한층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과거의 작업들이 작가 자신의 실존을 가능하게 한 관계와 경험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 전시는 존재와 비존재를 연결하는 보다 확장한 '순환 구조'를 드러낸다.

시오타의 작품은 작가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형상화한 것이며, 동시에 이를 생명과 존재라는 보편적인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다. 이는 개인의 서사를 넘어 상실과 그로 인한 고통을 예술로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다시 사유해야 할 인간 존재의 본질을 환기한다.

시오타 작가는 교토 세이카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독일 함부르크 조형대학, 브라운 슈바이크 예술대학,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수학했다. 현재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 중이며, 프랑스 그랑 팔레, 일본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 미국 ICA 워터셰드 증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