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며 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챗 GPT 생성 이미지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A)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운용 성과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같은 시장, 같은 시기임에도 알고리즘별 수익률 격차가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 신뢰 확보를 위한 성과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센터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등록된 전체 222개의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222개 가운데(퇴직연금 포함) 연환산 수익률이 10%를 넘는 모델은 113개였다. 이 중 퇴직연금 상품을 제외한 84개의 모델 중 연환산 수익률이 10%를 넘는 모델은 6개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지수의 수익률은 15.8%에 달했다. 전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중 코스피200의 수익률을 웃도는 상품은 48개였다. 퇴직연금 상품을 제외하면 단 1개 뿐이었다. 나머지 상당수는 시장 수익률에 미달하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모델은 삼성증권의 '삼성 퇴직Robo ETF형_P[삼성증권(RATB3)_적극]'상품이다. 해당 상품의 연환산 수익률은 29.86%다.
사진은 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수익률 순위(비퇴직연금). /사진=강지호 기자


퇴직연금 상품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연환산 수익률을 기록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하나증권의 '하나 글로벌 자산배분 해외 ETF 1호[A스타일]'이다. 해당 알고리즘의 연환산 수익률은 16.37%다.

반면 가장 낮은 연환산 수익률을 기록한 알고리즘은 NH투자증권의' QV연금포트폴리오[QV연금 로보(안정추구형3)]'이었다. 해당 알고리즘의 연환산 수익률은 -(마이너스)0.81%로 손실을 기록했다.


이 외 NH투자증권의 'QV 연금포트폴리오[QV연금 로보(위험중립형3)]', KB증권의 'KB퇴직연금 AI매크로(국내상장 ETF)_P[KB퇴직 AI 매크로 위험중립형3]'등도 1% 미만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두 알고리즘은 각각 0.97%, 0.5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익률이 부진한 일부 알고리즘은 포트폴리오가 단순화된 구조로 설계돼 시장 대응력이 떨어지거나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채권 비중을 고정적으로 유지하거나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동일한 시점에 리밸런싱을 반복하는 '일정 주기형 전략' 상품의 경우 변동성 장세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손실에 대응이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원자재나 레버리지형 ETF 등 고위험 상품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지나치게 좁은 범위의 자산군만 선택해 운용하는 상품도 있었다. 이런 구조는 단기 상승장에서 일시적인 수익을 낼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 자산 배분 안정성과 위험 분산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자가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게 원하는 알고리즘을 택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의 특성상 투자자 선택을 위한 정보가 한정적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현재 국내법상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대해 운용 수익률이나 리스크 지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할 법적 규정은 없다.

금융위원회가 2023년 개정한 금융투자업 규정을 보면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일임형 RA 모델에 한해서만 수익률 광고가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이 역시 코스콤 기준 수익률을 인용한 경우에 한정되며 모든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성과와 위험도를 공개하거나 설명할 의무는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제도적 공백에 대해 시장에서는 우려를 표한다. 알고리즘 설계 과정에서 이해 상충 가능성이나 위험 수준, 성과 변동성 등에 대한 정보가 투자자에게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알고리즘은 수수료 구조나 자동 매매 주기 등에서 잠재적 손실 요인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시 투명성과 설명 책임 강화 등 자본시장법 차원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증권사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수익률 순위. /사진=강지호 기자


이에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활발해질수록 '옥석 가리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수익률과 리스크 관리 역량과 함께 정보의 투명성 또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상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2016년 금융당국의 테스트베드 도입 이후 알고리즘 인증을 받은 다양한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이 투자자문 및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규제 환경이 개선되고 코로나19 이후 MZ 세대를 중심으로 비대면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운용 금액과 계약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투자일임 서비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와 함께 발생 가능한 부작용과 향후 과제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예외적인 시장 상황에서도 알고리즘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속적인 검증 및 체계와 손실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규제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감독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AI 의사결정에 대한 인간의 개입과 감독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감독 미비 시 투자자 피해나 법규 위반 가능성이 존재하고 실제 법 위반 발생 시 책임소재 규명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AI 활용 확대에 따른 발생 가능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규율 체계 내에서 AI를 감독하거나 필요한 경우 별도 지침이나 규제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