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다 자란 어른이 회복하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장편 소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를 쓴 김슬기 작가는 "완전히 망가진 외로운 사람이 어딘가에서 회복하는 이야기"를 떠올린 끝에 이 소설을 시작하게 됐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몸도 마음도 약한 여성 청년 강하고가 어디서도 보기 힘든 강하고 힘센 근육질 할머니들과 바다 마을 구절초리에서 동고동락하게 되면서 생의 의지와 나아갈 용기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지치지 않는 할머니들과 모든 일에 지쳐 있는 젊은이라는 아이러니한 구도는 소설에 유쾌함을 부여한다. 결핍 가득한 삶으로 인해 불평하는 강하고의 인생에 나타난 구절초리의 영춘, 길자, 원주를 비롯한 할머니들은 귀찮을 만큼 그를 먹이고 채우고 간섭한다.


유전적으로 건장한 신체를 타고난 할머니들은 마을 남자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버린 탓에 결혼하지도, 자식을 갖지도 않은 채 도시 사람들의 눈초리를 피해 살아간다. 이들은 결혼한 남녀가 이룬 가정을 기준으로 삼는 바깥과는 달리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이 돼주며 보금자리를 지켜왔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 주는 결핍과 씁쓸함에 서러워하는 젊은이의 등짝 한 대를 때려주며, "쓴 건 콱 뱉고, 얼른 단 걸 집어삼키라"라고 하는 이들의 잔소리가 어쩐지 달게 들린다.

작품의 제목에 쓰인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단순히 그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소망을 가리키는 것을 넘어서,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에게 보살핌을 받고 싶다는 마음, 그들을 본보기 삼아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 그리고 언젠가 그 기억을 발판 삼아 다른 젊은이들을 돌보고 싶다는 데까지 나아가는 강인한 연대를 꿈꾸는 마음이다.


매해 직전 응모작 수를 경신하고 있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 제12회 수상작을 발표했으며, 역대 최다 응모작을 기록한 바 있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여기서 신설된 소설 부문의 최초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무려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받은 김슬기 작가는 202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단편 소설 '공존'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소설 '변온동물' '두 번째 원고 2025'(공저) 에세이 '금요일 퇴사 화요일 몽골'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설'이 있다.


"몸으로 부딪치고 마음을 나누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오래 마음을 빼앗겨왔다"는 김슬기 작가는 첫 장편 소설에서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고 즐기며 연대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독자들에게도 회복의 기회를 제공한다.

△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김슬기 씀/ 클레이하우스/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