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사령탑으로 내정된 신태용 감독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K리그1 3연패에 빛나는 울산HD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저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비틀거리는 시간이 꽤 길어지고 있다.


계약해지가 결정된 김판곤 감독의 고별전이던 2일 수원FC전 2-3 역전패를 포함, 울산은 최근 리그 7경기에서 3무4패 초라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코리아컵 등 각종 대회를 합치면 11경기 연속(3무8패) 승리가 없다.

24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울산은 8승7무9패(승점 31점)로 7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 하락세를 막지 못하면 끔찍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강등권인 10위 수원FC(승점 28)과 11위 안양(승점 27)과의 격차도 3~4점에 불과하다. 설마하다 수원삼성도 2부로 내려갔고 지난해에는 전북현대도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결국 울산은 계약 1년 만에 김판곤 감독을 경질하는 강수를 던졌다. 이별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으나 어쨌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광국 대표이사도 공동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울산 택한 지도자는 신태용 감독이다. 공식 발표만 남은 상황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카잔의 기적'을 일군 신태용 감독 ⓒ News1 오대일 기자


신태용은 자타가 공인하는 K리그의 전설이다. 1992년 신인왕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1995년과 2001년 2차례 MVP를 수상한 스타플레이어였다. K리그 역사상 최초의 60(골)-60(도움) 클럽 가입자인 그는 2004년 은퇴할 때까지 13시즌 동안 405경기에 출전해 102골 69도움이라는 화려한 발자취를 남겼다.

지도자로도 꽃길을 걸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감독으로 성남을 이끌면서 201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과 2011년 FA컵(現 코리아컵) 우승을 이뤄냈다. 그 무렵 붙여진 수식어가 '난놈'이다. 이후에는 '국대 사령탑'으로 활약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8강, 2017년 FIFA U20 월드컵 16강으로 주가를 드높이더니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영예도 얻었다. 비록 16강 진출은 실패했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당시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꺾는 '카잔의 기적'을 빚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20년 무대를 인도네시아로 옮긴 뒤로도 거침없었다. 그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대회인 아세안(ASEAN) 미쓰비시일렉트릭컵 준우승으로 화려하게 출발한 그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토너먼트 진출, 2024 AFC U23 아시안컵 4강,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진출 등 인도네시아 축구사를 새로 썼다.

요컨대 선수로 또 지도자로 특별한 실패 없이 승승장구한 신태용 감독이다. 반전이 절실한 울산도 신태용의 '승리 DNA'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번 미션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울산이 꽤 많이 흔들리고 있다. 신태용 감독에게도 이번 미션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소중한 경험'이라 위안 삼기에는 잃은 것이 너무 많았던 6월 FIFA 클럽월드컵 출전으로 울산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떨어졌다. 대회 참가를 위한 일정 조절 때문에 K리그 스케줄이 뒤죽박죽된 것도 악영향을 줬다. 가뜩이나 남들 쉴 때 쉬지 못하면서 경기했는데 번번이 결과까지 좋지 않았으니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마치 지난해 전북처럼, 선수들 플레이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도 고민이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도, 쫓기면 별 수 없다. 자꾸 지면 경기 자체가 두려워진다.

이보다 나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소방수'로 나서는 인물이 신태용 감독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계속 현장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K리그 복귀는 13년 만이다. 대표팀과는 다른 운영의 묘가 필요한 클럽팀을 시즌 중반에 맡았으니 '여우' 신 감독도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야할 듯하다.

함께 추락하면 지도자 신태용에게도 적잖은 타격이다. 물론, 반전을 이끈다면 '난놈'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