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객이 내일의 대리기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리기사의 시선으로 대한민국의 오늘을 기록한 르포
[신간]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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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이런 일 하면 얼마나 벌어요?" 대리기사를 부른 고객이 무심코 던진 질문 하나에 많은 의미가 담긴다. 그 말속에는 대리운전이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과 하대, 나아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계급의식이 서려 있다.
신간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감내해 온 대리기사의 시선으로 대한민국의 오늘을 기록한 르포다. 작가이자 기자, 시민운동가인 저자 이득신은 2023년부터 수도권을 누비며 직접 대리운전을 하며 겪은 현실을 담담히 써 내려간다.
책은 1부 '우울한 세상'과 2부 '회색지대'로 나뉜다. 1부에서는 경제 불황과 과로 속에서 살아가는 대리기사들의 일상, 취객들의 폭언과 모욕,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이들의 고단한 삶이 펼쳐진다.
특히 대통령 탄핵과 계엄 논란, 대선 정국 속에서 각양각색의 고객 반응을 마주한 대리기사의 시선이 한국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2부에서는 플랫폼 구조에 종속된 노동자의 현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이들은 운수노동자이면서 감정노동자이기도 하다. 고용도 아닌, 자영업도 아닌 어정쩡한 지위 속에서 이들은 보호받지 못하는 야간노동자로 살아간다.

저자는 스마트폰 앱에 노동을 맡긴 시대를 비판한다. 노동자는 상품으로 전락했고, 플랫폼은 전횡과 독점으로 폭리를 취한다. 고객과의 연결 고리는 플랫폼뿐이고, 그 안에서 기사는 가격도, 처우도, 생존도 모두 외주화된 상태다.
그는 대리기사 수입을 '가격 흥정의 대상'이 아닌 '밤을 꼬박 새운 생계소득'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운임 현실화와 주차요금 문제는 당장 제도 개선이 필요한 현실 과제로 제시된다.
책에 담긴 대리기사들의 기록은 개인의 분투이자 집단적 생존기다. 30만 명에 이르는 기사들이 매일 밤 도로 위를 달리며 취객의 귀가를 책임진다. 하지만 그 존재는 '필요하지만 불편한 존재', '서자 같은 노동자'로 취급받는다.
강자는 약자에게, 약자는 더 약한 자에게 갑질하는 구조 속에서 대리기사는 모든 사회적 스트레스의 배출구가 된다. '플랫폼의 노예들'이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대리기사들에게 갑질하는 고객은 거나하게 취해버린 평범한 소시민이 많다. 낮에는 자신이 당하는 갑질을 견뎌야 하니 그 구조적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대리기사를 향한 갑질로 자신의 삶을 견뎌내는지 모른다."(156쪽)
오늘의 고객이 내일의 대리기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은 경고이자 현실이다. '강약약강'이 일상화된 사회,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조차 갖추지 못한 제도에 문제 제기를 던진다. 국가의 개입과 법적 제도 정비가 없다면, 플랫폼은 계속해서 노동을 착취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신간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은 대리운전이라는 일상적 현장을 통해 노동, 계급, 인권, 플랫폼 자본주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 이득신 지음/ 내일을여는책/ 1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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