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이슈에 가려진 이태석 유럽행…쑥쑥 성장하는 귀한 날개
아우스트리아 빈 입단, 아버지 이어 유럽 진출
일취월장 측면 수비수…월드컵 앞둔 대표팀에도 호재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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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지난 주말 축구계 이슈는 단연 손흥민과 토트넘의 10년 동행 마무리였다. 8월의 첫날 토트넘 동료들과 함께 한국을 찾은 손흥민은 2일 '2025 쿠팡플레이시리즈 토트넘-뉴캐슬' 경기의 프리매치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 여름 팀을 떠난다"고 폭탄 발언을 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설'에 시달리던 손흥민이 직접 '이적'을 선언했으니 한국뿐만 아니라 영국도 떠들썩했고 10년 몸담았던 팀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3일 팬들로 가득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으니 이런 드라마도 없었다.
워낙 영향력 큰 인물의 큰 결정이라 어지간한 뉴스는 명함을 내밀 수가 없었는데, 그래도 이태석(23)의 유럽진출은 묻히기 아까운 낭보였다. 귀한 측면 수비수가 쑥쑥 잘 성장하고 있다.
유럽행을 추진하던 이태석이 오스트리아 클럽 아우스트리아 빈 유니폼을 입었다. 아우스트리아 빈 구단은 지난 2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태석 영입 소식을 전하며 계약 기간은 2029년 6월까지라고 밝혔다. 등번호는 17번을 받았다.
1911년에 창단한 아우스트리아 빈은 오스트리아 1부 리그에서 24번이나 정상에 오른 전통의 강호다. 컵대회 우승도 27회나 된다.
구단 측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이태석을 영입하게 돼 기쁘다. 이태석은 경기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갖췄고 돌파력과 뛰어난 왼발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가 유럽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 실제로 만나 보니 선수에 대한 확신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을용 경남FC 감독의 아들로 주목을 받았으나 점점 이을용 감독이 이태석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림으로 바뀌고 있다. 아들의 재능과 성장세가 아버지 이상이다.

이태석은 2024년 11월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됐고 쿠웨이트와의 원정 경기 때 교체 필드를 밟아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 축구사에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A매치에 출전한 것은 고 김찬기-김석원 부자, 차범근-차두리 부자에 이어 이을용-이태석 부자가 3번째였다.
좋은 첫 인상을 남긴 이태석은 올해 3월과 6월 월드컵 예선에 모두 출전해 왼쪽 수비라인을 책임졌고 최근 국내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도 가장 중요한 중국과 일본전에서 왼쪽 수비수로 맹활약했다. 이대로만 경기력을 잘 유지한다면, 대를 이어 월드컵 출전이라는 뜻깊은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
일단 아버지처럼 유럽 무대 진출은 성공했다. 이을용 감독은 2002 월드컵이 끝난 뒤 튀르키에 트라브존스포르에 입단해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뤘다. 아버지는 20대 후반에 일군 성과지만 아들은 20대 초반에 대표선수도 되고 본토 땅도 밟게 됐다.
한 축구 관계자는 "뛰어난 아버지를 둔 2세 축구인들 중에서 빛을 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어받은 피가 있으니 다수가 축구선수의 길로 들어서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데 최근 성장세를 보면 이태석은 다를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아버지 못지않은 재능"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아직 갈 길이 먼 어린 선수에게 격려의 의미를 담아 내놓은 평가이지만 잘 자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개인의 영광에 그칠 일도 아니다. 월드컵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태석이 유럽에서 내공을 쌓을 수 있다면 홍명보호 입장에서도 고무적인 일이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라는 빅리그에서도 통하는 센터백이 있고, 대표팀 상수로 자리매김한 풀백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도 유럽에서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이태석이라는 젊은 날개도 수준 높은 선수들과 수시로 맞닥뜨릴 수 있는 조건까지 마련됐다. 이제 후방에도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주전 경쟁을 이겨내야 하고 꾸준하게 경기력을 유지해야한다는 숙제가 남았지만 일단 문은 열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아버지의 이름을 지우고 있는 이태석의 성장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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