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 주목한 단편 '첫여름'…반짝인 노년의 계절 [시네마 프리뷰]
6일 메가박스 단독 개봉 '첫여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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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순(허진 분)은 춤 파트너 학수(정인기 분)와 연락이 닿지 않아 못내 답답하다. 휴대전화너머 하염없이 울려 퍼지는 컬러링만 애석하게 들려온다.
그러다 마침내 울린 전화. 영순은 학수의 부고를 뒤늦게 듣는다. 손녀의 결혼식이 있는 다음 날 아침 학수의 49재가 있다는 소식도 함께.
학수와는 콜라텍에서 만났다. 거동이 불편한 남편의 병시중에 지친 그에게 학수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물어봐 준 사람이다.
영순은 손녀의 결혼식과 학수의 49재 사이 갈등한다. 그리고 손녀의 결혼식 당일, 영순은 자신의 결심을 실행에 옮긴다.

오는 6일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하는 '첫여름'(감독 허가영)은 손녀의 결혼식 대신 남자 친구 학수의 사십구재( 四十九齋)에 가고 싶은 노년 영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의 허가영 감독이 연출한 단편영화로, 올해 칸 영화제 '라 시네프(La Cinef)' 부문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1등 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손녀딸의 결혼식을 하루 앞둔 할머니 영순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춤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학수의 부고를 접한 후 지난날의 설렘이 플래시백으로 교차된다. 영순은 학수와의 대화를 통해 "난 어떤 여자일까" 스스로 질문하고, "음악 소리만 나오면 춤추고 싶다"며 "막 춤을 춰야 해"라는 답으로 자신을 알아간다.
학수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욕망을 깨달은 영순은 딸에게 "결혼식에 가기 싫다"고 선언한다. "남편이 무섭고 싫었다"는 불편한 이야기도 꺼낸다. 영순은 아내로, 엄마로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연민하지만, 딸은 "엄마는 왜 그렇게 이기적이냐"며 돌아선다.
베테랑 배우 허진은 영순의 삶 그 자체를 표현한다. 할머니이자 엄마, 아내, 그리고 학수의 연인의 모습으로 영순의 입체적인 얼굴을 드러낸다. 학수에게는 뱉을 수 있었던 "그대"라는 낯간지러운 언어부터 학수와 춤 신에서의 설레는 몸짓과 발짓까지, 욕망에 충실해진 한 여성의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 "이승보다 저승 친구가 더 많다"며 덤덤한 그였지만 극 말미 부재와 상실의 슬픔을 느끼며 선보이는 구슬픈 춤 동작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카메라는 그간 스크린 외부에 주로 머물러 있던 노년 여성의 표정을 담는 데 집중한다. 욕망을 깨웠지만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영순의 마지막 뒷모습까지, 배우의 연기와 호흡에 하나하나 밀착된 감독의 섬세하고도 사려깊은 시선이 느껴진다. 허가영 감독은 자신의 외할머니에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메가박스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본 누군가가 '할머니' 영순이 아닌 한 여자로서 영순과 동행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며 "더 나아가 각자의 세계 속에 있는 노인에 대한 개념을 깨부수고 뒤집어보고 질문을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의 제목은 작품 속 계절이 여름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념적으로도 다가온다. 이미 지나간 계절일 수도 있고 뜨거움과 생기, 활력 등의 의미가 깃든 제목으로도 느껴진다. 여름을 상징하는 파란색, 녹색은 영순의 삶 곳곳에 투영됐다. 영순의 액세서리인 푸른빛 나비 브로치 역시 그가 맞이한 '첫여름'처럼 영화의 주요 오브제로 반짝인다. 허가영 감독은 "제게 영순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기 위해 끝없이 발버둥 치는 여자였다, 영순의 찬란한 시절과 충만하고 쨍한 여름을 영화를 통해서라도 되찾아주고 싶었다"며 영화의 제목을 '첫여름'으로 지은 이유를 밝혔다.
상영시간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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