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도 부산 만든다는 정부… 해양진흥공사 준비됐나
높은 HMM 의존이 발목… 홀로서기 후 중소·연안 선사 지원에 집중해야
김이재 기자
공유하기
![]() |
정부가 부산을 중심으로 해양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실질적 역할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HMM 의존이 높은 사업 구조가 해운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정책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취임 당시 전문성 논란이 일었던 안병길 사장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최근 정부의 '해양수도 부산' 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부산 동구에 임시 청사를 마련하고 연내 이전을 확정했다. HMM 본사 이전은 국정과제 최종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 관련 조직이 부산에 모이면서 북극항로 개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해진공은 해양금융 전문 공공기관으로 금융 지원을 통해 해운업 부흥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현재는 국내 해운기업의 선박 도입과 유동성 확보를 돕고 해운산업 전반에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본사가 부산에 위치한 만큼 해수부와 HMM이 이전할 경우 정부 정책의 한 축으로 영향력 확대가 기대된다.
HMM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은 걱정거리다. 해진공은 2018년 해운업 재건을 내세우며 출범했지만,최대 과제는 HMM 정상화에 있었다. 회사가 성장 궤도에 오른 현재까지도 주요 사업이 HMM에 치중돼 있어 해운 생태계 강화라는 정부 취지와 맞지않다는 시각이 있다.
해진공의 금융 지원사업은 HMM 관련 투자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진공은 이자수익, 용선료, 리스료 등 선박금융 중심의 투자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역시 HMM 집중도가 커 기업의 실적에 공사의 수익성이 좌우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해진공은 2022년 HMM 주가 하락과 금융상품 평가·처분 손실 확대 등의 영향으로 약 1조986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HMM을 매각한 이후 중소·연안 선사 지원과 해양 신사업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HMM을 떠나 해운업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금융기관으로 기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해운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물동량이 줄어들고 호황기였던 지난 2~3년간 발주된 선박들이 시장에 투입되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하고 있다. 중소 선사들은 불황기를 대비할 금융 지원이 절실한 반면, HMM은 16조원에 달하는 현금 자산을 확보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진공은 아직 자립이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중소 선사들의 경우 친환경이나 디지털 전환에 있어 금융 지원이 필요한데 해운 금융기관으로서 본인들의 역할을 지금보다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
안병길 사장의 전문성 부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해운 금융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문적인 금융 지식이 필수인 분야지만, 안 사장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 외에 관련 경력이 없다. 북극항로와 같은 대규모 사업의 금융 설계를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배경도 적잖은 부담이다. 안 사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으로 취임 당시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다. 국회의원 시절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운 전력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진공은 해수부 산하 기관으로 해수부의 입장이 곧 해진공의 입장"이라며 "해수부 방침을 따른다고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을 수장으로 임명한 것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진공 관계자는 "과거에는 HMM 지원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현저히 낮아졌다"며 "중소선사 지원은 전담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금융 조건을 제시하고 있고 대상도 외항선, 내항선, 여객선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항로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실행 방안을 제시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김이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