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의 한 유명 호텔에 갔다가 여성 사우나와 탈의실이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이 분노를 터뜨렸다. 사진은 A씨 아내가 여성 사우나 탈의실에 서 있는 장면.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북 경주의 유명 호텔에 갔다가 여성 사우나와 탈의실이 싹 다 보여 당황했다는 이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호텔 측은 곧바로 사우나 운영 중지 후 노후화된 유리 필름 교체에 나섰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주로 가족 여행을 떠난 A씨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경주 유명 호텔에 7세, 5세 두 아이와 3박 일정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그는 "마지막 날 저녁, 호텔 사우나를 다녀온 후 객실에 들어가기 전 1층 잔디 광장으로 산책하러 나갔다"면서 "호텔 외부를 구경하던 중 3층쯤에서 웃통을 벗은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봤다. 해당 공간이 습기가 좀 있는 것으로 보아 '사우나구나'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쳤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그곳이 여자 사우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노출된 사람의 날개뼈 등판이 다 보이는 정도였는데, 아내는 키가 좀 커서 아래쪽까지 다 보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A씨는 호텔 관리자에게 상황을 전했다. 그러자 관리자는 "사우나 유리에 사생활 보호 필름이 부착돼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 측이 사우나가 노출된 외부 상황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관리자는 당황했다.

A씨는 "잔디광장은 누구나 왔다 갔다 하는 곳인데 그동안 직원 그 누구도 이 상황을 목격하지 못했다는 게 어처구니없었다. 아내는 잠도 못 자고 외부인들한테 본인의 몸이 노출됐다는 사실에 수치스러워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A씨 측은 외부에서 여성 사우나가 보이는지 확인하고자 호텔 직원에게 협조를 구해 실험했다. 놀랍게도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 있던 곳은 여성 사우나가 맞았다. 심지어 탈의실도 마찬가지였다. A씨는 "알몸 상태로 탈의하고 계단으로 내려와 사우나에 들어가는 동선마저 다 보였다. 무슨 옷을 입었는지까지 보였다"고 설명했다.

A씨 부부는 체크아웃 이후 다른 관리자를 만나 사과받았다. A씨는 "사과로 끝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사우나 운영 중지 후 필름 작업할 것을 요청했고, 그동안 노출된 고객들에 대한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라고 요구한 후 돌아왔다"면서 "그런데 입간판은 사우나 출입구 앞에 세워져 있었다. 담당자는 '회사 변호사와 얘기했는데 직원에게 보여 주려고 외부에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을 찍은 사진은 불법'이라고 하더라. 더 이상 얘기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호텔 본부장과도 통화를 두 번 했으나 결론적으로는 '노여움을 푸셔라'였다. 저희는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 분노했다.


해당 호텔 측은 사우나 출입구 앞에 "사우나 통유리에 부착된 유리 필름이 고온 및 이상 기후로 인해 급격히 노후돼 야간 시간대 외부 노출 우려가 있는 상태라서 긴급 교체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는 내용의 입간판을 세워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