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언어가 지배의 수단이 되는 세상에서, 저항은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언어의 힘을 마법으로 형상화한 소설 '바벨'이 출간됐다.


소설가 R.F. 콰응은 "언어는 제국의 무기이며, 동시에 저항의 무기"라고 말하며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설은 19세기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바벨이라 불리는 왕립 통번역 연구소에서 은을 매개로 언어를 마법화해 영국의 제국주의를 강화하는 데 이용한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로빈 스위프트는 중국 출신의 고아로, 영국 귀족의 후원으로 옥스퍼드에서 언어학을 전공한다. 그는 언어를 통한 권력의 작동 방식을 깨닫고, 결국 제국의 억압과 차별에 맞서 싸우게 된다.

소설은 1부에서 로빈이 영국에 정착하고 언어학에 몰두하는 과정을 그린다. 2부와 3부에서는 언어의 마법이 제국주의 확장에 쓰이는 현실을 폭로하며, 로빈과 그의 친구들이 저항 운동에 가담하는 모습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특히 후반부에서는 언어의 마법으로 상징된 문화적 억압과 식민주의의 본질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로빈이 겪는 내적 갈등과 그의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식민지 출신 지식인의 고뇌와 투쟁을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

저자 R.F. 콰응은 미국 출신의 작가로, 중국계 이민자라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국주의와 언어학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했다. 그녀는 역사와 판타지 장르를 결합한 독창적 작품으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바벨'은 판타지 소설의 틀을 빌려 제국주의의 문제를 탐색하며, 언어와 정체성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특히 추천할 만하다. 더 나아가 언어의 힘과 그 이면을 날카롭게 통찰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 바벨/ R.F. 콰응 지음/ 강동혁 옮김/ 황금가지/ 2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