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파인 강윤성 감독/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작품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파인' 강윤성 감독이 시즌2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극본 강윤성 안승환/연출 강윤성/이하 '파인')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파인'은 1977년,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근면성실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다. '범죄도시'(2017)와 디즈니+ 시리즈 '카지노'(2023)의 강윤성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파인'은 2025년 공개된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중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 1위에 올랐다. 또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나인 퍼즐'에 이어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올해 두 번째로 높은 시청 수치를 기록하며 글로벌 콘텐츠로서 가능성도 입증했다. (공개 후 7일 기준)

<【N인터뷰】①에 이어>


-영탁, 서경석, 김장훈 등 특별출연 배우들도 인상적이었다.

▶서경석 씨와 사회에서 만난 친구 사이인데 그 친구가 영탁 씨가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빈말인 줄 알았는데 몇 번 더 말하더라. 짧은 역할인데 괜찮은지 물어봤는데 진짜더라. (영탁이) 경상도 출신이어서 세관 직원 역할을 맡겼다. 김장훈 씨도 사회에서 만나 형, 동생 사이다. 마침 딱 현인 역할이 필요했는데 김장훈 선배 모습이 비슷하더라.


-김진욱, 이상진, 김민 등 신선한 얼굴이 보인다.

▶김진욱 배우는 원래 알고 있었는데 허동원 배우가 '김진욱 배우가 본인이 아는 대학로 배우 중에 제일 연기를 잘한다'고 하더라. 영상을 받아서 보는데 너무 잘하더라. 바로 캐스팅했다. 오디션이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 아이디어를 보여주는지 더 보게 된다. 그런 배우들을 캐스팅하려고 했다. 기본적으로 그 배우들이 연기를 잘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한다. 복근(김진욱 분) 덕산(권동호 분) 진흙 속에 있던 보물을 캐낸 느낌이다. 스스로 원석을 다듬은 것 같다. 작은 역할을 맡은 배역에 애정이 있다.

-사투리는 섭외의 필수 요소였나.

▶배우에게 맡겼다. 배우가 절실하고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강하면 어떻게든 알게 돼서 온다. 내가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를 더 잘한다고 판단할 능력도 안 된다. 철저하게 배우에게 맡긴다. 배우들이 자료조사도 하고 취재도 하면서 잘해주신 것 같다.

-류승룡과 작업하는 게 꿈이라고 했는데.

▶(류승룡은) 영화뿐만 아니라 시리즈를 많이 했던 사람으로서 주인공이 끌고 나가야 하는 호흡을 잘 읽고 똑똑한 배우다. 촬영할 때 '왜 이렇게 연기했지?' 싶었던 순간도, 나중에 보면 그 흐름을 읽었다는 게 느껴져서 놀란 적이 많았다. 다른 배우들, 스태프들을 잘 이끌어주신다. 특히 신인배우들을 잘 챙겨주었던 기억이 난다. 워낙 배우가 많이 나오니까 신인들은 주눅들 수도 있는데 (류승룡이) 현장에 잘 어우러지도록 해주었다.

-캐릭터를 소개하는 과정이 길다. 어떻게 강약 조절을 했나.

▶'파인'은 캐릭터의 향연이다. 사건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 캐릭터들이 자기 생각을 갖고 자기 욕심을 부려야 이야기가 전개된다. 초반에는 인물에 대한 빌드업이 필요했다. 그들의 이해관계, 이합집산이 그려진다. 어쩔 수 없이 초반에 전개가 느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후반부에 가면 이야기가 휘몰아친다. 기본적으로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가운데 임수정 캐릭터가 돋보였다.

▶임수정 씨가 그런 역할을 안 해봐서 보시는 분들이 놀랄 것 같더라. 수정 씨와 처음 촬영에 들어갔을 때 1, 2회차에는 악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아도 착한 모습이 살짝 보인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흑화되다가 나중에는 정말 놀랍더라. '정숙화'되어가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파인' 시대 배경에 대한 고증이 흥미로웠다.

▶고증에 소홀할 수가 없는 작품이다. 시간을 많이 들였다. 항상 보이는 공간을 다르게 보고 싶었다. 예를 들어 서울역이면 보통은 정면으로 찍는데 이걸 육교를 걸어서 통행량이 많은 도로를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 인사동도 실제 인사동에서 찍어서 CG 작업을 했다. 과거 시대물 드라마의 통상적인 그림에서 벗어나 보자 했다. 스태프들이 열심히 일을 해주었다. 목포항구를 그릴 때 필요한 소품이 어마어마하다. 소품팀이 스무 명가량 붙어서 전부 다 세팅하는데 인사동 촬영 때도 그 시대 물건을 깔았다. 그런 노력을 많이 해주셨다.

-도자기를 보면 '짜 배기'(가짜)와 진품을 구별할 능력이 생겼는지.

▶그런 안목이 하나도 안 생기더라. (웃음) '카지노'를 찍었는데도 바카라 할 줄도 모른다.

-한국의 시대극인데 글로벌 성적이 좋았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70년대 한국의 이야기이지만 세계적으로 먹힐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모든 나라가 어렵게 살던 시절이 있고,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사활을 걸었던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배경이 달라고 그런 공감대는 어느 나라든 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보물찾기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즌2 계획이 있는지.

▶기회가 되면 만들고 싶다. 하나하나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원작과 결말을 다르게 한 이유는.

▶원작에서 희동이가 구걸하고 선자는 그릇 하나를 골동품상에 파는 장면이 엔딩이다. 그 외에는 모두 죽는다. 이야기 빈틈을 채우다 보니까 그렇게 갈 수 없겠다 싶었다. 캐릭터의 이야기대로 엔딩을 그렸어야 했고, 그렇게 이야기를 엮다 보니 원작과 다르게 갈 수밖에 없었다.

-연출의 원칙이 있다면.

▶늦게 데뷔하면서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생각이 명료해졌다. 스스로 칭찬을 조금 하자면 판단을 빨리한다. 여러 사람이 나에게 의견을 낸다. 내 영화관 안에서 빠르게 판단하는 편이다.

-차기작은.

▶'중간계'는 사이파이물(공상과학 장르)이고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다. 25년 전에 쓴 장편 데뷔작 내용에서 가지고 와서 이번에 새롭게 각색해서 제작하게 된, 1시간 정도 분량의 영화다. AI로 크리처를 만들었다. 아주 적극적으로 이 기술을 활용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