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 /사진=동서발전(뉴시스)


권명호 사장 체제 속 한국동서발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낙하산 인사'로 지적받은 데다 부임 이후에도 중대재해와 인사 잡음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권 사장 리더십은 물론 동서발전의 존립 자체도 위태롭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 사장은 지난해 11월 선임된 이후부터 윤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질타를 받아왔다. 정치권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로 에너지 관련 전문성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미래통합당에서 출마해 당선 후 국민의힘 소속으로 21대 국회의원을 울산 동구에서 지냈으며, 이전에도 울산광역시의회와 동구의회 의원을 역임했다.

같은 해 4월 총선에서 낙선한 직후 하마평에 오른 뒤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보은성 인사'라는 비판도 일었다. 권 사장은 국민의힘 20대 대통령 중앙선거대책본부 고용안전지원본부장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임기 시작 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달 28일에는 동서발전 소속 동해화력발전소에서 30대 노동자가 약 8m 높이에서 추락,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숨진 노동자는 임시 가설물인 비계를 해체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이후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도 "죽음의 발전소"라고 비판했다.

취임 당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것과는 매우 상반된 모습이다. 권 사장은 취임사에서 "안전이 최우선 가치"라며 "신규 발전소 건설과 공사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안전의식을 내재화하는 게 중요해 안전비용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더구나 해당 사고는 '안전 최우선 다짐 행사'가 열린 지 나흘 만에 발생했다.


최근 정부가 중대재해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예의주시 대상이 됐단 의견도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얼마 전 에너지 유관기관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에너지 공기업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적 처벌과는 별개로 해당 기관에 산업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페널티를 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감사위원 구성 역시 납득하기 어렵단 평가다. 감사위원 3명 중 2명이 직무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이철원 상임감사위원은 외교부 장관실 국방협력관, 이길종 비상임이사는 제9대 경상남도 도의원을 지낸 인물로, 두 사람 모두 회계·재무 경험이나 에너지 산업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권 사장과 비슷한 시기에 임기를 시작한 신권철 비상임이사의 선임도 석연찮다. 신 이사는 울산 남구에서 21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이채익 전 국민의힘 의원 보좌관, 한국청년회의소 경남·울산지구 회장을 맡은 바 있다. 같은 정당·지역 기반이라는 점에서 '코드 인사'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 같은 상황 속 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 의지를 드러내면서 각종 논란이 겹친 권명호 체제의 동서발전 존속 여부도 불투명하단 관측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얼마 전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공공기관 통폐합을 대대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며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더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권 사장은 20일 '제27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 시상식에서 '경영혁신대상'을 수상한 뒤 "앞으로도 지속적인 혁신과 지역상생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공기업이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