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게시판 1년간 개점휴업… 전남도청에 무슨일이?
지난해 10월 실명 전환한 이후 불만 글 '0'
한달 전 익명 게시 촉구 글 올라왔다 '순삭?'
'불이익 우려' 순천 등 익명 게시판서 고충 토로
노조 "내년쯤 익명으로 운영할지 검토하겠다"
무안=홍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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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사무관리비 횡령 사태 이후 폐쇄됐던 도청 공무원들의 소통공간이 지난해 10월 다시 문을 열었지만 게시자 실명 원칙으로 활성화되지 못하는 등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상사 갑질, 인사 불만 등 내부 '부정부패 필터 역할'과 업무에 지친 직원들의 넋두리 소통 공간이던 노조게시판이 실명제 전환 후 단 한건의 쓴소리도 올라오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급기야 도청 공무원이 신분 노출로 인한 인사불이익 등 후환을 우려해 타 지자체 익명 게시판에 고충을 토로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21일 머니S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1일 도 노조게시판에 '네모의 꿈' 닉네임을 쓴 한 공직자가 '홈페이지 익명은 언제 추진하나요?'라는 글을 올렸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당시 글쓴이는 "게시판 활성화와 공개적으로 말하기 힘든 사정들을 해소하고 오늘이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익명게시판이 필수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그는 "보시다시피 게시판이 익명이 아니다 보니 그 누구도 글을 쓰질 않습니다"며 "신속히 게시판을 익명화해주시시길 부탁드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부 소통창구가 막히자 도청 외부에서 곪았던 상처가 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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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기록적인 폭염속 열흘이 넘도록 고장난 도청 행정동 에어컨 복구가 지연됐고 찜통사무실에서 휴일까지 일하는 등 업무 과부화까지 겹치자 도청 공무원이 참아왔던 고충을 토로하며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
지난 20일 전남도 A공무원은 비실명으로 운영중인 전남 순천과 목포시청 노조게시판에 A4 두장 분량의 글을 올리며 울분을 토했다.
A씨는 "전남도청 공무원노조 게시판은 실명인증 없이 어떤 의견도 개진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 시군 노조 게시판에 올리는 부분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후환이 두렵지만 그래도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글을 작성해 올린다"고 글을 썼다.
그는 "느닷없는 지시가 더 많아서 문제입니다. 정부기조에 맞는, 도정을 먹여살릴, 그런 중요한 안건을 주말 이틀 사흘 사이에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만들어내라고 하면 심도있고 현실적인 방안이 나오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전문적인 검토, 예산 어느 것 하나 준비되지 않았고 절차 또한 지금부터 알아봐야 하는데 내일 회의하고 그 다음주에 발표해야 한답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요일 퇴근시에 갑자기 내린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 금요일 야근, 토요일 회의자료 작성과 일요일 검토를 위한 회의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몇 달째인지 모르겠다. 갑자기 돌연사 소식이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과중한 업무에 대한 피로감을 이같이 호소했다.
이 글이 게시되자 33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글쓴이는 노조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A씨는 "노조에서도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업무지시를 멈추는 데에 부디 직원들을 대표해 나서 주셨으면 한다. 조직문화신고방에는 못적겠습니다.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글 쓴 직원 찾아내서 불이익만 줄 것 같은 불신이 왜 드는지 저도 씁쓸하다"고 적었다.
끝으로 그는 "언제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복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생존권만이라도 지켜주십시오. 제발 노조에, 윗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같은 글이 공론화 되자 타 지역 공무원은 "아는 분이 도청근무하는데 어제 전화와서 자기가 쓴 걸로 의심받을까 걱정하시드라구요. 자기가 쓰지도 않았는데...그런 걸 걱정하는게 맞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안타깝네요. '대통령께서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사람을 죽여서 되나'라고 하시는데 그 일이 바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네요"라고 안타까워했다.
이같이 여론이 악화되자 전남도 등이 사태수습에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머니S>와 통화에서 "(노조게시판 실명제) 이렇게 운영하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서 임원과 조합원들 의견을 들어봐서 내년쯤 익명으로 운영할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게시판에 음란물이나 명예훼손 글을 올려 경찰 압수수색을 두번이나 받아 조합원 요구에 따라 닉네임(실명)제로 바꿨다"고 해명했다.
전남도도 직원들에 대한 특별휴가 검토 등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
전남도 관계자는"새정부 들어 지역현안들을 처리하다 보니 회의와 업무가 많았다"면서" 앞으로 불합리한 관행과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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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홍기철 기자
머니S 호남지사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