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후임 사장 공모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 기관장은 정치인이나 관료보다 내부 출신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은 경북 청도 사고 현장을 경찰과 소방, 코레일 등 관계자들이 조사하는 가운데 열차가 서행하는 모습. /사진=뉴스1


한문희 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열차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 사표가 수리됨에 따라 후임자 인선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수년째 반복된 철도 안전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진다. 인선과 아울러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 우선 개혁의 대상에도 코레일이 1순위로 지목돼 조직 개편 등이 예상된다.


25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한 전 사장의 뒤를 이을 새 기관장은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보다 조직 안정성과 현장 전문성을 갖춘 내부 인사가 유력하다. 이재명 정부가 산업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기업에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고 공기업에서 안전사고가 가장 빈번한 코레일 낙하산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는 분위기다.

한 전 사장은 지난 19일 발생한 경북 청도 열차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경북 청도군 경부선 구간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작업자를 덮치면서 2명이 죽고 5명이 다쳤다. 바로 다음 날인 20일 한 전 사장은 국토교통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윤석열 정부 2023년 7월에 취임한 한 전 사장은 2026년 6월까지 임기를 10개월여 남겨놓고 중도 하차하게 됐다. 지난 22일 한 전 사장의 사표가 최종 수리됨에 따라 코레일은 후임 공모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등 절차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한 전 사장의 사표가 며칠 전 수리됐기 때문에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현 정부 들어 공기업에서 발생한 첫 사망사고다. 이에 정부 조치와 징벌 수위가 주목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 등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와 영업정지, 공공 입찰 제한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지시했다. 국토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코레일에 대해 제재 수위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등 정부 책임론도 확산되고 있다.

CEO 임기 채운 적 없는 코레일… 철도 안전관리 '구조 한계' 지목

수년째 반복되는 철도 안전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철도공단으로 코레일의 유지보수와 관제 등 일부 업무를 이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경북 청도 열차 사고 현장을 방문해 한문희 전 코레일 사장으로부터 사고 경위와 재발 방지 대책을 보고받는 모습. /사진=뉴스1


코레일은 지속되는 안전사고로 최고경영자(CEO)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한 전 사장에 앞서 오영식 전 사장과 나희승 전 사장도 2018년 KTX 탈선 사고, 2022년 오봉·영등포역 사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치인·관료 출신의 낙하산 CEO가 주로 차지했던 코레일에 내부 전문가인 한 전 사장이 기용된 배경이다.

2005년 철도청에서 분리돼 철도 운영과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코레일은 지금까지 총 11명의 사장이 역임했지만 임기를 채운 사례가 단 한 명도 없다. 이에 철도청의 다른 후신인 국가철도공단과 업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반복돼 왔다. 철도 운영기관인 코레일을 대신해서 건설을 담당한 철도공단으로 유지보수와 관제를 이관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추진됐다.


2022년 조응천 전 국회의원(개혁신당)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의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 업무는 코레일에 위탁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이전부터 문제가 제기됐던 사안이지만 현재는 관련 논의가 진행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코레일과 철도공단의 업무 이관이나 통합 논의는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난해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좌초됐고 일각에선 유럽과 같이 하나의 기관이 유지보수를 책임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도 관리가 일원화되는 것이 두 기관을 분리한 취지에도 적합하고 책임 경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공공기관 통·폐합 1순위 대상으로 한국전력 등 발전 공기업과 코레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