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해 건설업계가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투표 모습./사진=뉴스1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전 산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수익성 하락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는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 원·하도급업체 간 교섭 범위가 확대되고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 조항이 건설업 특유의 다단계 하도급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건설업체들은 공기 지연과 비용 증가의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모습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6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법이 시행된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 ▲쟁의 행위 범위를 확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협상 대상이 늘어나 노조 입장에선 집회·시위를 더욱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다.


건설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원·하도급 교섭에 따른 공기 지연과 비용 증가다. 다단계 하도급구조가 만연한 건설업의 특성상 노사 갈등이 발생하면 현장 전체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 지난달 30일 대한건설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산업단체 13곳은 공동성명을 내고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 확대하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가 붕괴되고 공정 지연, 공사비 상승 등 연쇄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반발했다.

노사·안전관리 정비 없인 리스크 불가피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안전보건규칙 개정 후 건설현장 폭염실태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현장의 움직임은 철강·조선·IT 등 제조업에서 건설업계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제철 하청 근로자로 구성된 금속노조 충남지부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사장인 현대제철이 비정규직과 교섭하라"고 촉구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업의 특성상 공사 기간이 길고 정해진 기한 내에 공사를 완료해야 하는 책임준공 확약이 적지않다"며 "하도급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에 돌입 시 원청 건설업체가 많은 리스크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의 세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배상운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장은 "건설업이 조선업과 자동차산업과 다른 점은 실질 지배력이 약한 데 있어 권리 행사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시행령의 구체화와 고용노동부 지침이 정해진 후에 대응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도급 근로자 요구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예의주시된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행령과 후속 지침이 구체화되는 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근로자의 과도한 쟁의에 대해 공정 리스크와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년째 저성장에 빠진 건설업계 상황을 우려하는 학계 전문가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노란봉투법 시행 후 건설사업자는 노사 관리와 안전 관리 등에서 추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며 "체계적인 대응 전략 없인 경쟁력 악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도 "일부 건설노조가 법을 악용할 소지도 있겠지만 실제 사례가 나오지 않은 만큼 향후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 수위를 조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