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사옥. 사진=뉴시스


'서희건설 사태'를 계기로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제도 개선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시공사의 공사비 부풀리기 관행과 일부 조합의 사업 표류 위기로 조합원들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와 국회가 공사비 증액 기준 정비, 토지 소유권 확보 요건 완화 등 종합 대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27일 건설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지주택 사업의 갈등 요인인 공사비 조정 기준을 법제화하고 증액 시 행정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됐다.

지주택 사업을 주축으로 급성장해온 서희건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에게 대가성 선물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며 해당 논의가 불붙었다. 서희건설은 지주택 사업을 영위하며 시공능력 순위가 2020년 33위에서 올해 16위권으로 상승했다.


서희건설 송모 부사장은 지주택 특정 조합장에게 금품을 건네고 공사비를 부풀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광주 타운홀미팅에서 직접 "서희건설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언급했다. 현재 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등 6개 정부기관이 참여해 618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주택 정상화, 제도개선 시급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화성정)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지역주택조합 제도개선 정책 세미나를 주최하고 기준 물가상승률과 벤치마크를 적용한 공사비 조정 기준의 법제화, 증액 시 행정기관 승인 의무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현행법은 조합이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 위해 토지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해야 한다. 반면 조합 설립 단계에서는 80%만 확보하면 된다. 이 때문에 일부 토지주가 '알박기'에 나서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승인 요건을 조정하면 사업 지연을 줄이고 조합원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며 기준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법조계도 지주택 제도의 신뢰 회복을 위해 조합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혜겸 변호사(법무법인 영·건설법무학 박사)는 "허위 광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조합 자금 유용·횡령 시 형사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대행사 등록제를 도입해 '먹튀 대행사'를 걸러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지주택 제도 개선은 주택 공급 효과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광수 한국부동산산업학회 정책국장은 "토지 요건 완화 등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사업시행계획 승인 단계로 넘어가는 지주택 사업장이 약 230곳 늘어난다"며 "지주택 공급 물량이 기존 17만7000가구에서 27만1000가구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주택의 여러 문제점에도 제도의 본래 취지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임을 강조했다. 김혜겸 변호사는 "폐지보다 개선이 필요하다"며 "주거 약자를 위한 제도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국장도 "추진위원장·조합장의 전문성을 검증하고 필요하다면 명칭 변경을 포함한 종합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