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얼굴'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초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 '얼굴'(감독 연상호)는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극장가 위기 속에 새로운 승부수를 띄운 이 영화의 행보에 기대감이 쏠린다.

오는 9월 11일 개봉 예정인 '얼굴'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18년 연상호 감독이 쓰고 그렸던 첫 그래픽 노블 '얼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상영 시간 103분인 이 영화는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고 박정민과 권해효, 신현빈 등이 출연한 기대작이지만, 제작비만으로 보면 2억 원 정도의 초저예산이 들어간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외의 독특한 면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3주간 20여 명의 제작진이 만든 이 영화는 박정민이 노 개런티로 출연을 했다고 밝히기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의 이 같은 모험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 같은 모험의 이유가 영화 제작 방식의 '다각화'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극장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업 영화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 대한 나름의 대응법 중 하나인 것.


연 감독은 "매체가 많다, 유튜브도 OTT도 있는데 필름메이커로 영화 만드는 방식에 다각화하지 않으면 영화를 계속 못 만들 수 수 있곘다 생각했다다각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제작하게 됐다"면서 "새로운 영혼을 가진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의미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연 감독은 "요즘 아시아 영화를 다시 본다, 에드워드 양이나 구로사와 기요시 의 영화들을 본다, 그 영화들은 이제까지 내가 찍은 규모의 영화가 아니다, 레전드급 영화들도 사실은 어떻게 보면 '얼굴'에 가까운 제작 방식으로 찍은 영화"라면서 오히려 이전과 같은 막대한 규모의 상업 영화가 아닌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에도 관심을 두고 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극장이 안 좋거나 망가졌다 생각하지 않고, 어떤 상태에서 어떤 상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변화가 또 다른 영화를 낳을 것이다, 그 변화를 즐기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5년 극장가는 지난해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영화 '파묘'나 '범죄도시4' 같은 천만 영화들이 배출되던 지난해는 극장 회복에 대한 희망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가장 흥행한 작품들이 300만 명대에 머무는 상황이 이어졌으며, 최근 5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여름 영화 '좀비딸'이 올해 최고 흥행작에 오르며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대박' 흥행작이 사라진 상황에서 '얼굴'이 초저예산으로 새로운 흥행 공식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