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할 국산 OTT 플랫폼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사진은 티빙 웨이브 합병 관련 이미지. /그래픽=강지호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K콘텐츠의 위상을 입증했지만 넷플릭스를 바탕으로 한 제작 환경은 국내 콘텐츠 플랫폼에겐 상실감을 안겼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아 도약을 노릴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여겨지지만 국내에는 이를 유통시켜줄 한국형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이 부재해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K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하청 구조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작사가 당장의 비용은 충당하더라도 장기적 재투자 여력이 사라지고 결국 국내 IP(지식재산권) 주권을 상실한 채 하청기지로 전락할 위험에 놓인다고 경고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 'IP의 산업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상위 50대 IP 보유 기업 중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이 32개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7개, 중국과 프랑스가 각각 2개, 나머지는 유럽 국가들이 일부를 차지했다. 한국이 IP 강국으로 불린다는 말이 무색한 결과다.


보고서는 한국의 IP 산업화 부진 원인으로 원천 IP 부족, 활용 전략 미흡, 투자 여력 부족을 꼽았다. 케데헌의 성공으로 K팝은 물론 K푸드, K관광 산업까지 주목받았지만 파생상품 수익은 대부분 미국 플랫폼에 집중됐다.

'루미(여주인공) 김밥', '진우(남주인공) 후드티', '사자보이즈(보이그룹) 소다팝'과 같은 파생 상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만 그 이익은 해외 플랫폼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반복됐다.

규모 있는 한국형 OTT 필요… 티빙-웨이브 합병 골든타임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아리랑국제방송에서 녹화방송 형태로 진행된 케이팝 더 넥스트 챕터(K-Pop:The Next Chapter)에 출연해 K팝의 현재와 앞으로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사진=대통령실(뉴시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최근 열린 '국내 OTT·FAST 산업 AI 혁신 간담회'에서 "케데헌 같은 작품을 우리가 만들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국내 역량으로도 글로벌 히트작을 제작해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경쟁력 있는 K OTT를 꼽는다. 개별 플랫폼만으로는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에 통합 플랫폼을 통해 투자력과 제작·유통 효율을 높이고 해외 진출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최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콘텐츠 산업 활성화 세미나에서 "정부가 글로벌향 콘텐츠 제작 기반을 강화하고 영상 콘텐츠 세제 지원 확대와 같은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콘텐츠 위상을 유지하면서 문화산업의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 제작과 경쟁력 있는 OTT 육성 및 정책지원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OTT업계에서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국내 콘텐츠 유통 주도권을 되찾는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형 OTT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라는 것이다.

반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웨이브가 이달 초 CJ ENM 출신 서장호 대표를 새로 선임하며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이후 가시적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IPTV 등 기존 유료방송 이해관계와 합병 이후 지분율·영향력 약화, 콘텐츠 경쟁력 우려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가 이견을 가진 터라 최종 합병 타결이 녹록지 않다.

조영신 동국대 영상대학원 대우교수는 방송통신전파진흥원 미디어 이슈&트렌드 보고서에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한국 미디어 산업의 돌파구가 돼야 한다"며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글로벌 플랫폼에 맞서 콘텐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