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돌적인 돌파와 과감한 슈팅으로 기회를 잡고 있는 오현규 (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헹크(벨기에)서 활약하는 오현규와 마치다(일본) 소속의 오세훈. 홍명보 감독이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꾸준하게 호출되고 있는 최전방 공격수다. 확실한 제공권(오세훈)과 저돌적인 돌파(오현규)라는 각각의 장점을 앞세워 기회를 잡고 있으나 두 선수 모두 확실한 도장을 받진 못한 분위기다.


오세훈과 오현규는 '월드컵 모드'의 시작을 알리는 9월 미국 원정 평가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가용할 수 있는 중앙 공격수 자원 중 앞서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정도 활약으로는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보장 받을 수 없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미국에서의 두 차례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대표팀은 7일 오전 6시(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저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대결하고 10일 오전 10시 테네시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멕시코와 격돌한다.


이번 평가전은 한국 대표팀이 온전한 전력을 구성해 우리 보다 강한 상대와 겨룬다는 의미가 있다.

중원의 핵 황인범(페예노르트)이 부상으로 낙마하고 울버햄튼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황희찬이 제외되는 등 아쉬운 누수가 있으나 주축 대부분이 이름을 올렸다. 캡틴 손흥민(LA FC)과 에이스 이강인(PSG), 팔방미인 이재성(마인츠), 수비의 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한국 축구가 자랑하는 자원들이 총출동한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대륙 예선과 아시안컵 등을 소화하느라 지난 2년 동안 아시아 국가들과만 겨뤘던 대표팀 입장에서는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무대다.

제공권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오세훈 ⓒ News1 이승배 기자


전체적으로 우리가 공격을 주도했던 아시아 예선과는 다른 양상이 예상되기에, 일단 우리 수비라인이 얼마나 안정감을 줄 수 있느냐에 시선이 향한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에 사용한 스리백 전술도 유럽파들에게 적용해볼 것"이라며 테스트를 예고했다. 수비수들만 긴장해야할 것이 아니다.


지금과는 견고함이 다른 방패를 뚫어야하는 공격수들도 경쟁력을 높여야한다. 아시아 예선은 웅크리고 앉은 밀집수비가 부담이었다면 이제는 힘과 높이, 스피드 등 일대일 싸움부터 이겨내야 한다. 오현규와 오세훈 모두 특별한 마음가짐과 준비가 필요하다.

동아시안컵에 선발됐던 이호재(포항), 주민규(대전), 모재현(강원) 등 K리그의 원톱 자원들에 비해서는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부동의 주전 느낌은 아니다. 여기에 손흥민의 전진 배치라는 변화도 감안해야한다.

홍명보 감독은 LA FC 이적 후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는 손흥민에게 비슷한 역할을 맡길 수 있음을 암시했다.

측면 공격수 자리에 워낙 출중한 후배들이 많은 영향도 있으나 묵직한 존재감을 주는 포스트 자원이 없다는 것도 변화를 도모하는 배경이다. 전문 스트라이커들의 반성이 필요하다. 손흥민을 보다 효율적으로 기용하고 싶은 감독 복안도 꿰뚫어야한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이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아이칸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훈련에서 미소를 지으며 동료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홍 감독은 "이제는 손흥민이 얼마나 오래 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주장 변경 이슈'보다는 이 발언에 더 주목해야한다.

내년이면 서른넷이 되는 손흥민의 컨디션을 고려해 풀타임을 뛰게 하는 것보다는 적당한 시점에 투입해 강한 임팩트를 끌어내겠다는 계획으로 읽힌다. 이 선택이 효과를 보려면 손흥민 투입에 앞서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상대 수비를 확실하게 괴롭혀줄 카드가 필요하다.

본선까지 이제 1년도 남지 않았으나 아직 오현규과 오세훈의 경쟁은 밋밋하게 진행되는 수준이다. 확실하게 비교 우위를 점하는 선수가 없다. 시간은 계속 제공되는 게 아니다. 기회가 두 사람에게만 주어질 것이라는 안일함도 버려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