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HMM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운업 불황을 대비해야 할 HMM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면서 기업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사진=HMM


새 정부 출범 이후 HMM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인수 검토에 나섰지만 국내 해운업계와 정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적 외풍에 해운업 불황까지 맞물리면서 HMM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대형 로펌 등과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HMM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철광석과 석탄 등을 대형 선박으로 수입하는 포스코가 해운사를 직접 운영할 경우 연간 약 3조원에 이르는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대와 달리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HMM은 전체 매출의 약 85%가 컨테이너선에서 발생, 포스코의 물동량을 담당할 벌크선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 SK해운 일부 사업부(벌크·탱커·LPG) 인수가 무산되면서 2030년까지 계획한 벌크선대 확충에도 차질이 생겼다.


해운업계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현행 해운법은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경우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 해운 물동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주요 화주로 HMM을 인수할 경우 기존 포스코 물량을 맡아온 다른 선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다. HMM을 소유한 포스코의 시장 지배력도 과도해져 공정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포스코는 과거에도 해운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업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2009년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와 2020년 자체 물류회사 설립 시도가 대표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대기업 대량 화주의 해운·물류업 진출"이라며 "대형 화주가 자체 해운사를 보유하면 이를 운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포스코 물동량은 국내 비중이 커 중견·중소 선사들의 의존도가 높은 만큼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노사 갈등이라는 추가 부담도 안아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HMM 본사 부산 이전에 육상 노조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인수 과정에서 포스코 측에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 입김이 일정 부분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설득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HMM의 공공성을 강조,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본사의 부산 이전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을 부산·울산·여수 등 동남권 지자체가 공동 소유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수장도 공석인 상황이어서 인수 절차가 속도를 내기도 어렵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들어 잦아진 정치적 외풍이 HMM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해운업이 불황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사업 연속성 확보가 필요하지만 외부 변수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SK해운 인수 논의도 지난 6월 대선, 부산 이전 논란, 해수부 장관 교체 등 복합 요인이 겹치며 예정보다 지연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시황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관성 있는 경영을 펼쳐나가야 하는데 현재 HMM은 본사 이전과 같은 중대한 논의가 너무 쉽게 나올 정도로 불안정한 경영 환경에 처해있다"며 "장기적인 전략을 세운다고 해도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한편 올해 2분기 HMM의 영업이익은 2332억원으로 전년 대비 63.8% 급감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8.7% 하락한 4713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선박 공급 과잉과 미국의 고율 관세 영향으로 해상 물동량이 줄고 있어 하반기 운임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HMM 관계자는 "미 관세로 무역이 위축되면서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 내년까지 시황이 긍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항만 투자와 벌크선 확충 등을 통해 불황기를 잘 버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