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사건'이 3주기를 맞았다. 사진은 전주환이 2022년 9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철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스1(공동취재단)


2022년 9월14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피해자를 3년 가까이 스토킹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 전주환(당시 31세)이었다.


전주환은 스토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9년을 구형받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전주환이 흉기를 휘두른 건 스토킹 사건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치밀하게 계획된 보복 범죄는 법과 제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치밀한 준비, 비극의 실행

사건은 결코 우발적이지 않았다. 전주환은 직위해제된 상태에서도 서울교통공사 직원 신분을 이용해 내부망에 접속했다. 피해자의 주소와 근무 일정 등 민감한 정보를 최소 네 차례 이상 열람했고 해당 정보를 토대로 범행을 준비했다.

전주환은 범행 당일에도 피해자 집을 찾았다가 실패하자 곧바로 피해자의 야간 근무지인 신당역으로 향했다. 그는 준비한 흉기를 들고 여자 화장실 앞에 숨어 있다가 피해자가 밤 9시쯤 순찰을 위해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자 뒤따라가 곧바로 공격했다. 범행은 수십 초 만에 끝났지만 피해자는 치명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밤 11시31분 결국 숨졌다. 흉기를 들고 서 있던 전주환은 현장에서 곧바로 체포됐다.


수사 과정에서 전주환이 사전에 피해자의 근무 일정 등을 확인하고 범행 장소와 시간을 특정해 기다렸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계획적 범행임이 명확해졌다.

법의 판단은 끝났지만… 과제는 여전히

법원은 이 사건의 잔혹성과 계획성을 무겁게 판단했다. 2023년 2월7일 1심 재판부는 보복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에게 징역 40년형과 함께 15년간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그러나 2023년 7월11일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무기징역으로 상향됐다. 재판부는 "전주환의 범행은 계획적이고 치밀하며 집요하게 이뤄진 보복성 범죄인 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이를 확정하면서 전주환은 경북북부제2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 수감됐다.

피해자 유족은 전주환과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1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7월 서울고법은 공사 측에 피해자 부모에게 각각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금액은 상징적 수준에 불과했지만, 기관의 책임을 인정한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전주환의 경우 지난해 5월23일 화해 권고 결정이 내려지면서 피고에서 제외돼 법적 책임을 피했다.


사건 이후 제도적 변화도 뒤따랐다. 스토킹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삭제돼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 의사를 철회하더라도 수사가 중단되지 않도록 했고, 스토킹 가해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전자발찌 착용 제도도 도입됐다. 공사도 2인 1조 순찰 강화, 호신 장비 보급 등 안전 대책을 내놨다.

법과 제도는 한 걸음 움직였지만, 피해자 보호 인력 확충이나 개인정보 관리 강화, 경찰과 기관 간의 신속한 공조 체계 등 보완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스토킹을 '범죄의 전조'로 인식하고 초기에 강력히 대응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