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대형 건설업체들은 주말에도 본사 임원을 현장 안전관리에 투입하는 등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사진은 10일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산업재해 강력 대응 방침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달 들어 건설현장에서 네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 제재에 민감한 대형 건설업체들은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사건을 수습하고 주말에도 본사 임원을 현장 안전관리에 투입하는 등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추석 연휴 전 현장 작업 강도가 높아지며 연쇄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우건설 주상복합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포함해 지난 일주일간 시공능력 10위권 현장에서 건설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앞서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GS건설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50대 중국인 노동자가 15층 외벽 거푸집을 설치하던 중 추락해 숨졌고, 4일에는 울산 남구 대우건설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공사현장에서 탱크 바닥을 청소하던 50대 노동자가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며 숨졌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6일에는 경남 김해시 롯데건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굴착기 버킷에 치여 숨졌다. 이어 지난 9일 경기 시흥시 대우건설 아파트 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철제 구조물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사망자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은 차례로 대표이사 명의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대우건설은 전국 모든 현장의 작업을 중단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회사 측은 이날 공식 사과와 함께 안전 관리 시스템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연휴 전 공기 맞추려다 사고 속출

폭염이 끝나고 추석 연휴 전 현장 작업 강도가 높아지며 연쇄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챗GPT 생성 이미지


최근 건설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고들은 앞서 예견된 바 있다. 건설업계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까지 건설현장의 중대재해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폭염에 따른 공사 중단이 잦은 데다 추석 연휴 전 공기를 맞추기 위한 돌관공사(장비·인력의 집중 투입)가 이뤄지며 사고 위험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7~8월 여름철 장마와 폭염으로 공사가 어렵고 추석 연휴에도 작업을 중단해야 해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라며 "노동자들도 연휴 전에 더 많은 임금을 벌기 위해 무리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시행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은 33도 이상 폭염 시 2시간마다 20분 휴게시간을 부여한다. 35도 이상 폭염 시에 작업을 중지하는 등 고용노동부의 폭염 규칙도 준수해야 한다.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폭염 일수가 늘어 작업 시간이 줄었다"며 "추석 연휴 전 공기 지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작업 강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건설현장의 중대재해에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추가 사고가 발생하며 건설업계는 더욱 위축된 분위기다. 일부 건설업체는 사고 후 본사 임원의 현장 출근을 명령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산재 단속·예방이 건설경기를 죽인다고 항의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건설업계를 질타한 바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7~8월 잇따른 인명 사고로 정희민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DL건설도 지난달 노동자 사망사고로 대표이사와 임원진 전원이 책임지고 사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