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조원' 유럽 무기 시장 활짝… K방산 전략은 '현지화'
'유럽 재무장 계획'에 현지 생산 확대… 제3국 기술 유출은 경계해야
김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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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유럽에서 약 244조원 규모의 무기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국내 방산 업체들은 유럽연합(EU)의 '바이 유러피안'(유럽산 무기 구매) 정책에 대응해 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을 확대하고 있다. K방산 추가 수출 기대가 커지는 동시에 현지 생산 과정에서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9일(현지시각) EU 집행위원회는 무기 공동구매 대출제도인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 예산 총 1500억 유로(약 244조원)에 대한 회원국별 배분 계획을 발표했다. 폴란드가 437억3400만유로(약 71조원)로 가장 많은 대출금을 지원받게 되며 루마니아가 166억8000만유로(약 27조원), 프랑스와 헝가리는 각각 162억1600만유로(약 26조원)를 확보했다.
'SAFE'는 EU의 방위 역량 강화를 위한 대규모 공동 차입·방위 프로젝트로 지난 3월 발표한 '유럽 재무장 계획'의 일환이다. EU는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회원국에 낮은 금리와 상환 유예기간 10년 등을 제공한다. 오는 11월 국가별 최종 지원액이 확정되면 내년 1분기부터 대출이 집행될 예정이다.
EU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 유럽자유무역연합체(EFTA) 국가도 동일한 참여 자격을 부여받는다. 한국·일본·영국·캐나다 등 EU와 안보·방위파트너십을 체결한 국가들 역시 무기 공동구매 참여가 가능하다. 다만 비EU 회원국에는 별도의 '참가비'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역대급 방산 시장이 열릴 전망이지만 걸림돌도 존재한다. 공동구매 규정에 무기 부품의 65%를 EU 역내에서 생산해야 하는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조항이 포함돼서다.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K방산은 실질적 수혜가 적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U의 방산 블록화로 수출 장벽이 높아지면서 국내 방산 업체들은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인 WB그룹과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생산시설 인프라 구축, 현지 채용 등을 통해 천무의 폴란드 수출형 '호마르-K'에 탑재되는 사거리 80㎞급 유도탄(CGR-080)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K2전차 2차 이행계약을 체결하면서 현지 방산업체 부마르(Bumar)에 전차 조립·생산 및 MRO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폴란드형 K2전차(K2PL) 61대는 현지에서 생산된다. 현대로템은 폴란드를 K2전차 유럽 생산 허브로 구축, 유럽 내 제3국 수출 등을 모색할 방침이다.
KAI와 LIG넥스원은 현지 거점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KAI는 지난 6월 폴란드에 수출 및 품질지원 업무를 담당할 유럽 법인을 설립했고, LIG넥스원은 지난 4일 유럽 방위 산업 중심인 독일 뮌헨에 유럽대표사무소를 열었다.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국내 업체들의 독자적인 기술이 자칫 제3국에 무단으로 재판매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현대로템은 지난달 미디어데이에서 "기술이전은 한국 정부의 승인 필요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이전되는 업체의 기술보호대책, 인프라 등을 계획서에 적어 제출하기로 되어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제 무단 기술 반출 시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행법으로는 기술을 유출한 국가나 현지 업체의 범죄 입증이 까다로워 처벌에 한계가 있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를 통한 해결 절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승소 사례가 드물다. 국내 업체가 내거는 기술 이전 조건에 강제 구속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국제상사중재를 통한 우리 국방 소송 승소 건수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며 "국내 기업이 억울하게 기술 유출을 당해도 구제받거나 페널티를 요구할 강제 구속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이전 시 더욱 신중해야 하고,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정부가 세심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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