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에 드리운 홈플러스·롯데카드 그림자… 공급망 안전 우려
차입매수(LBO) 방식, 기업 생존 위협… 국가핵심기술 유출 우려도
정연 기자
공유하기
![]() |
영풍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나섰던 MBK파트너스가 여전히 일부 자금의 차입매수 방식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국가 경제에 큰 파장을 초래할 것이란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유출, 핵심광물 공급망 불안 등의 가능성이 대두되는 한편 홈플러스 사태로 확인된 핵심자산 매각 등 차입매수(LBO) 후유증이 고려아연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치권과 산업계를 중심으로 사모펀드 규제와 국가기간산업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주요 당국자 입에선 MBK가 해외자본이라는 평가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중국투자공사(CIC)를 비롯한 중국자본과 중동자본 등 출자자 대부분이 해외자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외국자본의 은밀한 침투 속에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을 인수하는 시도가 국가 핵심기술 등 주요 기술의 해외 유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현재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과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임박한 고순도 아연 제련 기술(헤마타이트 공법) 외 안티모니 생산 기술 등 공급망 차원에서 중요한 기술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방산 필수소재 안티모니, 디스플레이 산업에 쓰이는 인듐 등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만큼 MBK에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국내외 핵심광물 공급망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고려아연의 경제안보 차원 역할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8월 고려아연은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참여를 계기로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망 협력 MOU를 체결하고 게르마늄 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심해저 망간단괴 관련 기업의 지분 투자를 비롯해 공급망 차원의 역할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선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MBK·영풍 측은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등 각종 투자에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행법상 해당 우려를 해소할 장치는 사실상 매우 미흡하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호주, 유럽 등 각국이 국가핵심기술이나 기간산업, 공급망 차원의 주요 기업이나 기술, 자산을 철저히 보호하려는 노력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외국자본이 국내 법인이나 사모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하는 형태에 대한 규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외국인 판단 기준으로 실질적 지배력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MBK의 차입매수에 따른 상환 부담을 경계하는 시각과 함께 MBK가 고려아연에 대해서도 차입매수 전략을 반복했다는 견해가 국회 등 정치권과 노동계에 형성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7개월간 MBK가 고려아연 지분 취득에 투입한 자금 1조5657억원 중 75%가 NH투자증권 담보대출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사모펀드의 과도한 차입매수를 규제하는 입법 추진이 이어졌다. 지난 6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의 차입 한도를 원칙적으로 순자산액의 400%에서 200%로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도 지난 8월 자본시장법과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묶어 'MBK 사모펀드 규제법'을 발의했다. 자기자본의 4배까지 가능한 차입 한도를 2배로 제한하고 투자내역, 차입규모, 보수체계 등 사모펀드 운용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국민연금이 투자를 결정할 때 ESG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도 법에 명시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