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 1위 삼성자산운용의 김도형 ETF 본부장의 상품 운용 철학과 투자자 조언을 들어봤다. 사진은 김 본부장. /사진=머니S 이예빈 기자


"향후 5년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은 보수적으로는 500~600조원, 공격적으로 1000조원까지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연금 시장 활성화, 개인 참여 확대, 기관의 직접 투자 증가가 맞물리면 ETF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건 건전한 투자 문화와 신뢰입니다."


국내 자산운용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의 김도형 ETF 본부장은 지난 12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신뢰를 기반한 투자 상품 기획과 장기 투자 문화 정착을 강조했다. 단순 점유율 확대가 아니라 전체 성장을 이끌기 위함이라는 것.

김 본부장은 ETF 트렌드에 대해 운을 떼며 한국과 미국 투자자 차이부터 설명했다. 그는 "미국 투자자의 평균 ETF 보유 기간은 6년쯤이지만 한국은 1년 미만"이라며 "세미나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언제 사야 하나, 언제 팔아야 하나'인데 장기 보유라면 사실 이런 질문은 필요하지 않다. 그만큼 한국 투자자들은 빠른 매매에 익숙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단점으로만 보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국내 투자자들은 매크로 환경 변화를 민감하게 캐치하고 스스로 공부하며 투자하는 부지런함이 특징"이라며 "ETF 거래대금은 지난해 일평균 3조5000억원이었는데 지난달엔 5조원에 달해 코스피 거래대금의 절반에 육박했고, ETF를 자산관리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은 분명 강점"이라고 평했다.

국내 ETF 상품은 1000개가 넘지만 실제로 시장의 자금이 몰리는 건 극소수다. 그는 "모든 그룹이 인기 있는 게 아니라 몇몇에만 팬덤이 집중되는 점은 아이돌 시장과 비슷하다"며 "ETF도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은 확신을 가진 '하이 컨빅션 상품'에 집중하는데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처럼 한 번 신뢰를 얻으면 꾸준히 자금이 들어온다"고 분석했다. "'KODEX 미국배당커버드콜액티브'ETF가 역주행에 성공한 것도 같은 맥락인데 초기엔 관심이 적었지만 하루에 수십억원씩 자금이 유입되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의 철학을 'ETF 본질은 장기·분산 투자'라고 요약했다. 단기 수익보다는 수십, 수백 개 종목에 분산해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게 본질이다. 그래서 그는 늘 '이 상품이 정말 고객에게 필요한가'를 자문한다.

시장을 끌고 가야 할 책임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1등 사업자로서의 격에 맞는 전략을 유지하며 투자자 교육에도 힘을 쏟아온 결과 국내 최초로 연금 증여, ISA 채권, 중국 시장 등 다양한 가이드북을 제작할 수 있었다"며 "특히 연금 투자 가이드북은 2020년 업계 최초였는데 한때는 ETF 투자자 교육팀까지 운영할 정도"였다고 소회했다.

"인내가 최고의 무기… 투자는 타이밍이 아닌 장에 머무는 '타임' 중요"

사진은 김 본부장. /사진=머니S 이예빈 기자


김 본부장은 ETF를 투자하기 전 수익률, 보유 종목과 비중을 꼭 체크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 증시는 외국인 영향으로 순환매가 빠르다"며 "조선, 방산, 원자력, 이차전지, 반도체 등 테마가 끊임없이 바뀌지만, 모든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늦을 수밖에 없는 만큼 본인이 공부해 실적에 기반한 확신을 가진 테마와 ETF를 선택해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빠른 매매에 익숙한 만큼 워런 버핏의 말을 인용하며 장기 보유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주식시장은 액티브한 투자자에게서 인내하는 투자자에게로 돈이 흐르도록 설계돼 있다'는 말이 있다"며 "ETF도 마찬가지인데 타이밍이 아니라 시간을 시장에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이를테면 S&P500에 1000만원을 투자해 20년간 보유하면 9500만원이 되는데 단 10일을 잘못 팔았다가 다시 사면 수익이 절반으로 줄게 된다. 결국 장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매도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ETF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액티브 ETF 상장 규제가 아직 까다롭다"며 "지수와의 상관계수를 맞춰야 하는데 미국은 지수 없이도 상장이 가능한 점을 고려, 우리도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ETF와 관련해선 "미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허용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며 "국내도 투자자 보호 장치와 규제 틀이 마련돼야 가상자산 ETF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이 단순히 시장 점유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ETF 시장이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과 소명 의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해 ETF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데 사명을 두고 있다. 예컨대 S&P500 변동성이 확대될 때 대응할 수 있는 커버드콜 ETF, 퇴직연금에 특화된 TDF(타겟데이트펀드) ETF, 단기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파킹형 ETF 등은 모두 저희가 국내 최초로 상장한 상품들"이라고 했다.

이어 "최초 라인업을 꾸준히 시장에 제공해온 전략은 단순히 회사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ETF 산업 전체의 건전한 성장을 이끌어가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맏이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