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여신금융협회장과 14개 여전사 CEO들과 만나 정보보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사진=뉴스1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여신금융업계 수장들과 만나 금융소비자 정보보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지난 2일 롯데카드의 해킹 사고 등을 언급하며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이 원장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여신금융협회장과 14개 여전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급결제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사이버 침해사고 등 도전적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 정보보호를 위한 지출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금융업체로서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지출이자 핵심 투자"라며 "대표님들께서 한 번의 사고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제로톨러런스(Zero-Tolerance) 원칙을 가지고 직접 사이버 보안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또 "튼튼한 은행이 아니면 예금을 맡기지 않듯, 정보보안이 취약한 금융회사는 어느 누구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일 롯데카드 해킹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임원 회의에서 "롯데카드 해킹 사고로 금융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불신이 증폭될 수 있다"며 "소비자 피해 예방을 최우선으로 하고 전자금융거래가 보다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신속하고 면밀한 대응에 힘쓰라"고 지시했다.

이 원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소비자 친화적 업무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해킹·침해사고 등 긴급 상황에서 카드 사용중지, 재발급 등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며 앱과 홈페이지 개편, 야간·주말 통합 콜센터 운영 등 소비자 접근 채널의 획기적 개선을 요청했다.


더불어 "장기 연체 차주의 소액채권 등에 대해서는 소멸시효 연장을 자제하고, 고령층의 카드포인트 사용을 활성화하는 등 소비자를 배려하는 업무방식을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내부통제 강화와 건전성 관리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 원장은 "여전업권 성장 정체로 인한 영업경쟁 과정에서 중고차 대출사기 등 금융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며 내년 시행 예정인 책무구조도를 충실히 준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최근 연체율 상승에 대해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관리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부실이 우려되는 자산에 대해서는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 달라"며 "다만 리스크 관리 과정에서 중·저신용자의 자금조달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 달라"고 덧붙였다.

기술기반 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확대도 요구했다. 이 원장은 "기술 기반 성장단계(Scale-up)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여전사에서도 모험자본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해 달라"며 "카드사의 방대한 소비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 기반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신기술금융업 제도개선, 혁신금융서비스 허용 확대, 불필요한 보고·신고 의무 간소화 등을 통해 여전사의 투자역량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여전사 CEO들은 취약차주 지원과 중소벤처기업 자금공급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며 부동산 PF 정상화, 가계부채 관리, 지급결제업무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결제시장 경쟁 심화, 경기 둔화로 인한 수익성 저하 등 경영상 어려움을 언급하며 금융당국의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 원장은 "국민이 여전사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면 현재 여전사의 기능은 대체될 수 있으며 업권의 존립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향후 감독·검사업무에 업계 건의사항을 적극 반영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며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