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④'450조 퇴직연금' 은행 IRP, 수수료 내리고 수익률 올린다
[액티브 그레이, 금융을 다시 설계하다] 은행들 RA기업과 손잡고 경쟁… 수익률 17% 달해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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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은퇴 이후에도 활발히 소비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시니어 세대, 이른바 '액티브 그레이(Active Gray)'가 금융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돌봄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며 사회적 연대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주체적 세대로 자리매김했다. 머니S는 은행·카드·핀테크·보험업계가 잇따라 내놓는 다양한 시니어 특화 상품과 서비스를 조명하며 '액티브 그레이'의 부상이 금융권 전반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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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후생활에 필요한 연금 준비가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
직장인은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공무원·군인·사학 등) 등 공적연금을 포함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최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가입하는 젊은 세대가 줄면서 풍요로운 은퇴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이 시급해졌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45조622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말 382조4000억원에서 2년 반만에 약 63조2224억원(16%) 증가한 규모다. 한국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이 약 3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매년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20조원 늘어 3년 안에 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은퇴를 앞둔 직장인이 주목해야 할 퇴직연금 운용 전략은 퇴직연금 사업자 선택이다. 국내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퇴직금 적립금을 따져보면 증가 규모는 은행이 증권, 보험회사를 앞질렀다.
국내 은행의 2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235조561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조7932억원 늘었다. 확정급여(DB)형은 3394억원 줄었으나 퇴직연금으로 매매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늘리면서 확정기여형(DC형·2조4058억원)과 IRP(7조7268억원) 적립금이 증가했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12조6121억원으로 2분기 반에 8조6864억원 늘어난 반면 보험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97조4547억원으로 428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은 퇴직연금 상품 중에 적립금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IRP의 수수료를 내리고 고객맞이에 나섰다. 2분기 기준 퇴직연금 상품별 적립금을 살펴보면 IRP 적립금은 113조2738억원으로 1분기 대비 5.3% 늘어난 반면 DC(확정기여)형은 4.3%, DB(확정급여)형은 1.0% 증가하는 등 IRP 적립금이 늘고 있어서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채널로 개인형IRP 계좌를 개설하고 퇴직금 1억원 이상을 입금하면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한다. 대면 신규 계좌도 수수료율을 기존 0.38%(운용관리 수수료율 0.2%, 자산관리 수수료율 0.18%)에서 0.2%로 인하했다. 기존 계좌 보유 고객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에서 보유 중인 퇴직금을 신한은행에 이전하는 경우에도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0월부터 비대면으로 개인형IRP에 가입해 적립금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 기존 연 0.38%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적립금이 5000만원 미만인 경우 퇴직금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기존 연 0.45%의 수수료를 연 0.2%로 인하한다. 하나은행도 오는 10월부터 비대면으로 개인형IRP에 가입하고 5000만원 이상을 입금하면 모든 수수료를 면제한다.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 앱이나 '인터넷뱅킹'에서 IRP에 가입하면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평생 면제한다. NH농협은행은 IRP수수료 면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안정적인 노후 보장뿐 아니라 시드머니를 마련할 수 있는 재태크 수단으로 가입자의 IRP수수료 부담이 줄어들면 적극적인 상품 운용으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며 "연말에는 5대 은행에서 수수료 면제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리금 비보장 DC형 수익률 7%, AI 기술 고객 성향 맞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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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든든한 노후 자금을 확보하려면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은행권의 원리금 비보장형 DC형 퇴직연금 자산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7%로 증권사 평균(6.34%)보다 0.66%포인트 높다. DB형 퇴직연금의 원리금 비보장 상품은 은행(6.1%)이 증권사(5.95%)를 0.15%포인트 차로 앞섰다.
국내 12개 은행의 IRP 운용자산 중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을 보면 6월 기준 6.4%로 집계됐다. 14개 증권사(6.31%)보다 0.09%포인트 높은 수치다. 은행권의 DC형 퇴직연금과 IRP의 수익률이 높은 비결은 금리가 높은 시점에 장기채권을 확보해 금리 하락 국면에도 평균 금리를 방어한 점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알아서 투자하는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를 더 했다.
지난 3월 하나은행은 파운트와 AI 투자일임 서비스를 선뵀고 6월 농협은행이 콴텍과 AI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내놨다. 8월 초 KB국민은행이 디셈버앤컴퍼니와 연이어 서비스를 출시했고 연말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똑똑한 AI가 운용하는 IRP의 수익률은 DC형과 DB형을 앞지르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KB케이봇쌤 적극투자형의 1년 수익률은 12.96%로 DC형 수익률(3.57%)의 4배를 넘어선다. 해외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KB케이봇쌤 글로벌 적극투자형의 1년 수익률은 17.13% 다.
박상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연령, 성향, 목표수익률 등을 종합 분석해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자동 설계하고 시장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자산을 리밸런싱한다"며 "AI기술이 은퇴를 준비하는 세대에 퇴직연금 자산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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