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기업도 30억"… '영업익 5%' 산재 과징금에 건설업계 벌벌
삼성 506억·대우 202억… 종합건설업체 97% '직격탄'
이화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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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며 대형 건설업체들은 과징금 예상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등록 말소 등 강력 제재 방안도 포함돼 사업 비용 증가와 리스크에 대한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진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한 기업에는 영업이익의 최대 5%, 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영업이익의 5%가 30억원 미만인 법인도 연간 3명 이상 근로자가 사망 시 30억원을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중대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설업계는 시공능력 상위 10위권의 상장회사 중에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현대건설을 제외한 5개 업체가 30억원을 초과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4곳은 부담해야 할 과징금 규모가 100억원을 초과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1조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506억원을, 403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대우건설은 202억원을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이어 ▲GS건설 143억원(영업이익 2859억원) ▲DL이앤씨 135억원(영업이익 2709억원) ▲HDC현대산업개발 92억원(영업이익 1846억원) 순으로 과징금 규모가 크다. 지난해 1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건설은 하한 기준이 적용돼 30억원이 부과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 평가 대상인 국내 종합건설업체 1만7188곳 중 지난해 영업이익이 30억원 이하인 곳은 총 1만6708곳(적자 4953곳 포함)으로 전체의 97.2%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상황에 영업 적자를 기록해도 과징금은 면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는 당초 '건설안전특별법'(가칭) 제정 논의 과정에서 제시된 '매출액의 3%'라는 과징금 기준이 '영업이익의 5%'로 축소되면서 우려보단 규제가 완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규제 강화가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업의 안전 문제는 건설사들의 안전불감보다 구조 요인이 더 크다"며 "규제 강화는 사업 비용과 리스크를 키우고 공기 지연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주택 공급이 늦어지면 금융비용과 인건비가 추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적자 기업도 과징금 부과… 적정 공기·공사비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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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의 특징은 법인에 대한 경제적 처벌이 강화된 점이다. 정부는 안전을 비용으로 판단, 조치를 소홀히 여기는 관행을 끊겠다는 방침이다. 과징금은 사망자 발생 횟수에 따라 차등 부과되며 산재 예방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산업재해예방보상보험기금'에 편입될 예정이다.
이밖에 '동시 2명 이상' 사망 시에만 요청할 수 있었던 건설업 영업정지 요건이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됐다. 사망자 수에 따라 영업정지 기간도 강화되며,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2회 받은 법인에 다시 영업정지 요청 사유가 발생한 경우 등록말소 요청 규정도 신설됐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중시하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적정 공기와 공사비가 실제 현장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업정지와 등록취소는 건설업체에 문을 닫으라는 수준의 압박으로 매우 강력한 규제"라며 "페널티는 법령 개정을 통해 빠른 적용이 가능하지만 기존 규정과 제도를 현장에서 준수할 수 있는 실행 역량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 확보를 위한 비용을 공사비에 반영하는 것이 처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의 산재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연일 강조해왔다. 올 들어 4명이 사망한 포스코이앤씨를 겨냥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산재 단속과 예방 조치가 건설 경기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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