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맞이한 K 배터리… 미·중 외풍 속 경쟁력 약화 우려
중국, 저가형 차세대 배터리로 공세 지속… 미국, 지원 수준 축소
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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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업계를 둘러싼 대외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이은 차세대 배터리 육성에 속도를 내는 데다, 미국 지원 기조까지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현대차 배터리 합작공장 한국인 근로자 구금 여파 역시 해소되지 않은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17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나트륨, 전기차(EV) 확산의 새 동력이 될 것인가' 보고서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 양산 발표에 따른 국내 업계의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CATL은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테크 데이 행사에서 차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낙스트라'를 공개했다. CATL이 2021년 공개한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개선한 제품으로 오는 12월 처음으로 양산될 예정이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과 열·화학적 안전성을 모두 갖춘 제품으로 꼽힌다. 영하 40도의 저온 환경에서도 충전량을 90% 이상 유지할 수 있다. 주원료인 나트륨은 지각 내 매장량이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주성분인 리튬보다 1200배 많다. 경제성을 확보할 경우 해수에서의 수급도 가능해 일부 국가에 대한 원료 의존성도 낮출 수 있다.
다양한 이점을 갖춘 만큼 중국산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성장세도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연구원 보고서도 중국의 LFP 배터리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나트륨 이온 배터리 또한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LFP 배터리는 특유의 가격 이점을 앞세워 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다. 삼원계 배터리 중심 전략을 취한 국내 기업들이 경쟁에서 밀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흐름 속 LFP 뒤를 이을 나트륨 이온 배터리까지 등장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 내 정책 변화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은 더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예상보다 빨리 종료하는 게 대표적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이 오는 30일 마무리돼서다. 본 정책은 원래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정부에서 7년이나 앞당겨졌다.
배터리 산업과 밀접한 관계에 놓인 전기차 업황은 보조금 정책과 맞물려 있다. 보조금이 사라지면 가격 부담이 늘어나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가 감소하고, 배터리 생산량까지 연쇄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에 따른 보조금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 해당 보조금으로 실적을 방어해온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타격도 불가피할 거란 관측이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을 생산할 경우 1kWh당 최대 4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다.
LG에너지솔루션-현대차 합작 배터리 공장 구금 사태로 인한 생산 위축도 우려된다. 앞서 미국 이민 당국은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양사 합작공장을 기습 단속해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사 직원 등을 체포했다. 취업 활동이 금지되는 ESTA(전자여행허가제)와 B1(사업)·B2(관광) 비자를 보유한 상태로 근무한 게 문제가 됐다. 그동안은 해당 비자를 보유한 상태에서의 근무가 허용됐기에 충격은 상당했다. 현재 체포됐던 한국인 316명과 외국 국적의 근로자 14명은 석방 이후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상태다.
비자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현지 인력 운용에도 제약이 예상된다. 현재 한미 양국이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한 '워킹그룹' 출범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구성 방식에 대해선 논의 중인 상태라 관련 문제가 당장 해결되기는 어렵단 판단이다.
결국 위기를 돌파하려면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중요하단 분석이다. 정진수 흥국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과 태양광, 데이터센터 성장 가속으로 ESS 시장 규모가 지속해서 상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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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