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회 앞 뒤덮은 검은 물결… 17년 만에 거리로 나선 금감원 직원들
곽우진,
이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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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비상대책위원회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약 1200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금감원을 금융소비자보호처로 분리·신설하고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반발하면서다. 금감원 직원들이 장외투쟁에 나선 건 2008년 당시 금융감독기구 개정 반대 시위 이후 17년 만이다.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되고 금융감독위원회는 감독 정책에 집중하도록 재편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외부 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 신설하며 금소원은 금감원과 함께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근조 리본 단 금감원 직원 1200여명 국회 앞 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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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정오. 금감원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 산업은행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직원들이 장외 집회에 참여한 것. 이들은 모두 검은 옷에 조의를 표하는 근조 리본도 달았다. 검은 한복 치마 저고리를 입은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금소원 분리 반대'가 적힌 붉은 머리띠를 두른 참가자들은 '금감원 독립성을 보장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영화 '서울의 봄'을 빗댄 '모피아의 봄'이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패러디한 '금융소비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금소원 분리 철회', '관치금융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국회를 향해 크게 외쳤다. 오후 12시10분에 시작된 이날 집회는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인 오후 12시45분에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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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는 윤태완 금감원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윤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금융감독체계를 IMF 외환위기 이전으로 퇴보시켜 관치금융을 부활하려는 획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가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성이 결여된 금융 감독체계를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운영과 예산의 자율성을 가진 통합감독기구인 금감원이 출범했다. 윤 위원장은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재정경제부 통제를 받게 되면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회사 건전성 확보라는 본래 역할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위원장은 국회를 향해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금감원 구성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과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인사청문 대상자에 금감원장을 추가하고 국회에서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직원은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에게 "모피아의 제안들 달콤하십니까? 근데 그거 독약입니다"라며 "정치인은 선거로, 금감원은 인사로, 국민들은 금융 채무라는 무거운 책임을 지지만 모피아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책임지지 않는 모피아가 금융 정책과 감독을 모두 관리하는 것이 이번 정부조직 개편"이라고 주장했다.
연단 오른 국민의힘 의원들… "조직 '개편' 아닌 '개악' 저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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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국민의힘)과 김재섭 의원(김재섭 의원)도 참석했다. 이들은 연단에 올라 정부의 금감원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의원은 "금융구조개편은 '개편'이 아닌 '개악'"이라며 "기획재정부 권한을 축소하라는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엉뚱하게 금융감독원을 해체 분리하는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감원을 정부 치하에 두기 위한 신 관치금융 시대로 가려는 개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집회 참석자들은 큰 박수와 함성으로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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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연단에 오른 김 의원도 "그간 정부 조직 개편에는 나름 명분이 있었다"며 "기재부의 힘을 빼겠다는 것까지는 명분이 서지만 금융당국을 대하는 이 정부의 태도에는 어떠한 명분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 5000을 호언장담하는 정부가 금융당국을 이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 보호를 금융당국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충분한 합의 없는 일방적 조직 개편… 계속해서 목소리 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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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종료 후 '관치금융 중단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적힌 깃발을 정리 중이던 비대위 소속 30대 남성 A씨는 "이번 개편안은 국정기획위원회 내부에서만 논의해 발표된 것"이라며 "금감원 직원, 금융소비자, 금융회사 직원, 학계 등 유관기관들의 의견 수렴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개정 논의에 적극 참여할 입법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것에 대해서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어도 그 방법에서 조금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직원들과 경영진의 입장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집회에 참석한 일반 직원 B씨(30대)는 "밥그릇 싸움이라든지 정치적 입장이 아닌 오로지 국민들의 공익을 위해 집회에 참여했다"며 "공익을 보호한다는 사명으로 입사했는데 금감원이 금소원으로 분리되는 것은 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실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정치권이 직원들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개편안을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윤 위원장은 집회 종료 후 이 원장 행보에 관해 묻는 기자 질문에 "원장님의 입장도 이해는 한다"며 "하지만 저희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비대위는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전까지 반대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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