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저출산 및 고령화 등으로 장기침체가 계속될 시 더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발언 중인 이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저출산·고령화 등 장기침체로 더이상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실효하한금리' 시대로 접어들 수 있다고 18일(이하 현지시각)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한국의 통합정책체계 여정: 실효하한금리(ELB) 시대의 도전과 대응'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실효하한금리 시대에 접어들면 양적완화 및 원화 절하와 같은 외환시장개입을 통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어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적절한 대출지원제도를 통화정책의 보조 도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한국은 초저출산과 빠른 고령화로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 태국과 같은 아시아 신흥국도 유사한 위험에 처해 있는데, 이 경우 (양적완화나 마이너스금리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사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흥국은 시장구조가 취약하고 외화부채 규모가 크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착하지 않은 상태"라며 "대규모의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을 시행하면 정책에 대한 신뢰를 얻기 어려워 투기적 공격으로 인한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잘 안착해 있고 재정 규율에 대한 신장 신뢰도도 높은 편인 가운데 10년 이상 대외순채권국 지위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대규모 외환시장개입과 마이너스 금리를 활용해 실효하한금리에 대응하거나 양적완화로 장기 금리를 낮추는 방식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기에 의도치 않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가 지속적인 평가절하를 예상할 경우 자본이 급격히 유출돼 '흑자도산'에 처할 수 있다"고 들었다. 이어 "외환개입이 물가안정이 아닌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으로 비치면 무역분쟁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양적완화의 경우 국채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의 장기금리를 낮추는 데에는 유용할 수 있다고 이 총재는 봤다. 다만 고유동성 자산을 시장에서 흡수해 담보 부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부작용의 예시로 들었다.


이 총재는 대안으로 대출지원제도를 들었다. 대출지원제도란 중앙은행이 민간 금융기관에 저금리 자금을 공급하면, 해당 기관이 신용 채널을 통해 특정 부문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 총재는 강연 후 이어진 게오르기에바 IMF 총리와의 질의응답에선 스테이블코인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응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개발이 필요하다는 일부 주장이 있으나 전 동의하지 않는다"며 "통화 시스템 안정성에 위험이 될 수 있고 한국은 자본유출입 규제가 있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