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분 동 연설로 세계 최대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총회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이 대통령.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조연설에서 7번째 순서로 나선 이 대통령은 'END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며 한반도 평화 전략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단계적 프로세스를 통해 한반도의 냉전을 종식(END)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한민국' 33회, '평화' 25회, '민주주의' 12회, '한반도'를 8회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비핵화는 엄중한 과제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며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에서 '축소', 최종적으로 '폐기'에 이르는 실용적·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기존 보수 정부의 '선 비핵화' 원칙을 뒤로하고 '동결-감축-폐기'로 이어지는 점진적 접근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 정부는 상대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 노력에도 적극 협력하겠다"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공조를 통해 북·미 대화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정치 경험도 국제사회와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겨울, 내란의 어둠에 맞서 국민이 이뤄낸 '빛의 혁명'은 유엔 정신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었다"며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보여준 민주주의의 저력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 공동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 필요성을 언급하며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촉구했고, 인공지능(AI)과 사이버 위협을 새로운 안보 과제로 제시하며 'APEC AI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그는 "가장 확실한 평화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라며 "첨단 기술이 인류 보편 가치에 기여하는 모두를 위한 AI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면서 "서로 다른 나라의 국민이 협력하며 전 지구적 도전을 함께 헤쳐 나가는 미래가 꿈 같은 장밋빛 전망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는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특히 "국경과 언어, 문화적 차이를 넘어 K컬처가 전 세계인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다"며 "이는 인류의 보편적인 공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