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로 감시 피하나… '탑텐' 신성통상 '승계 논란' 확산
비상장사 앞세워 장남 염상원 전무 지배력 확대
편법 증여 등 경찰 수사도… 옥상옥 지배구조
고현솔 기자
공유하기
![]() |
'탑텐' '지오지아'와 같은 인기 의류 브랜드를 전개하는 신성통상의 상장폐지 절차를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창업주 염태순 회장(72)의 장남인 염상원 전무(33)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오너 일가 사익편취 감시 강화 속에 신성통상이 잠재적 규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성통상은 오는 29일까지 정리매매를 실시한 후 30일자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될 예정이라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최대 주주인 가나안 및 특수관계인은 정리매매 기간 보통주 1주당 4100원의 장내 매수를 진행하고 상장폐지 후 6개월 동안 같은 가격의 장외 매수를 이어간다. 신성통상은 "유통 환경의 변화로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경영승계와 연결지어 해석한다. 상장폐지를 통해 외부 감시와 소액주주 견제를 차단하고 창업주 2세로의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행보라는 것이다.
신성통상의 주요 주주는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45.63%, 20.02%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다. 양사의 최대 주주는 염 전무(지분율 82.43%)와 염 회장(53.3%)이다. 가나안은 에이션패션 지분 46.5%도 보유해 '염태순·상원 부자→가나안·에이션패션→신성통상'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옥상옥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이처럼 비상장사를 이용해 2세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을 두고 오너 일가의 손쉬운 경영승계를 돕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사의 지분을 물려줄 때는 시세에 따라 상속·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비상장사는 비교적 낮은 가격에 지분을 넘겨줄 수 있어서다. 외부 감시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점도 있다.
비상장사의 배당 등을 통해 오너 일가의 현금 확보도 용이해진다. 실제로 신성통상은 최근 10년간 단 한차례(2023년, 주당 50원)의 배당만 실시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5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배당은 없었다. 하지만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같은 기간 수백억원을 배당했다.
편법 증여 의혹으로 경찰 수사… 공정위 리스크로 번질까
현재 신성통상은 염 회장 일가의 배임·횡령 혐의와 편법 증여, 상장폐지 과정에서의 소액주주 권익 침해 등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염 회장이 딸들에게 회사 지분을 편법 증여하면서 불공정거래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신성통상 본사를 압수수색했다.신성통상 측은 "현재까지 수사기관으로부터 구체적인 혐의 통보나 추가 조치가 이뤄진 바는 없다"며 "수사기관의 요청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으며,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제출해 왔다. 향후에도 조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성통상은 자산규모 약 1조1994억원의 중견기업이라 현행법상 공정위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이 아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익편취 규정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곳들만 적용된다"며 "제도 개선은 법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엄격한 감시 의지를 밝힌 만큼, 향후 관련 규제의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성통상의 상장폐지를 둘러싼 경영 승계 논란이 이러한 정책 기조와 맞물리면서, 규제기관의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 경제의 주력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업집단 내의 사익편취, 부당 지원 등 나쁜 인센티브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고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