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의장 자격으로 공개 토의를 주재하며 국별발언을 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했다.

'AI와 국제 평화·안보' 주제 안보리 공개토의 의장을 맡은 이 대통령은 24일 오후 3시쯤(이하 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공개 토의에서 개회 선언과 함께 의제 채택을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이 돌아가면서 의장국을 맡는다. 한국은 9월 안보리 의장국을 맡았고, 이에 이 대통령이 이날 의장석에 앉아 회의를 주도했다. 이날 공개 토의에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을 포함한 약 80개국 국가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회색 정장에 짙은 파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태극기 배지를 착용한 채 등장했다. 그는 토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약식 브리핑을 통해 "전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열리는 AI 관련 첫 공개 토의 주재를 맡게 돼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이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님, 그리고 각국 대통령님, 총리님, 고위급 대표들 환영한다"며 "여러분께서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것은 우리가 논의하는 주제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 앞에 안보리 잠정 의사규칙 제37항, 39항, 그리고 안보리 기존 관행에 따라 참석을 요청한 발언자 명단이 있다"며 "회의에 참석도록 요청할 것을 제안드린다. 특별한 반대가 없으므로 결정됐다"고 두 번째로 의사봉을 두드렸다.

두 번째 의제 심의로 전환을 선언한 이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최예진 스탠퍼드대 교수의 의제 브리핑을 요청하며 회의를 주도했다.


이 대통령은 세 명의 브리핑을 청취한 뒤 모두발언을 통해 "명과 암이 공존하는 AI 시대의 변화를 기회로 만들 방법은 국제사회가 단합해 '책임 있는 이용'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뿐"이라며 "유일하고도 현명한 대처는 국익을 위해 경쟁하되 모두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AI는 새끼 호랑이와 같다'는 제프리 힌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우리 앞의 새끼 호랑이는 우리를 잡아먹을 사나운 맹수가 될 수도 있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사랑스러운 '더피'가 될 수도 있다. 똑같은 칼도 요리사에겐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훌륭한 도구지만 강도에겐 그저 남을 해치는 위협적인 무기"라며 AI 기술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AI를 잘 활용한다면 저성장·고물가 같은 난제를 해결해 새로운 번영의 길을 열어내고 의료, 식량, 교육 등 여러 문제에 해답을 줄 수도 있다"면서도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채 끌려간다면 극심한 기술 격차가 '철의 장막'을 능가하는 '실리콘 장막'으로 작동해 전 세계적인 불평등과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각국 정부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모두를 위한 AI', '인간 중심의 포용적 AI'로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AI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주도하는 길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공개토의를 1시간여 주재했다. 소말리아, 슬로베니아, 그리스, 영국 등 각국 정상들의 발언 순서를 소개하며 토의를 이끌었다. 또 토의를 들을 때는 메모하거나 손을 맞잡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 안보리 공개 토의 주재를 축하하는 발언에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