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개최한 KCMC2025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사진은 패널토론 참여자 모습. /사진=곽우진 기자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가운데 코스피 4000을 넘어 5000을 향하기 위한 과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개선·주주환원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29일 웨스틴 조선에서 한국거래소가 개최한 '한국 자본시장 콘퍼런스 2025'(Korea Capital Market Conference·KCMC)에서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패널토론이 열렸다.

좌장에는 박영성 서강대학교 교수가 패널로는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믹소 다스(Mixo Das) JP 모건 한 주식 전략가, 피터 스타인(Peter Stein)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대표가 참여했다.


김동원 센터장은 ▲달러 약세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 ▲기업 실적 개선을 근거로 "내년 상반기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4분기부터 달러 약세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면 밸류에이션이 자극돼 미국에 있던 자본이 비(非)달러 국가인 우리나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등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 시가총액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경쟁적으로 AI에 투자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피 5000을 위한 핵심 과제는…'ROE 개선'과 '신뢰'

한국거래소가 개최한 KCMC2025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사진은 패널토론 참여자 모습. /사진=곽우진 기자


뒤이어 발언한 유종우 센터장은 "현재 주식시장의 상승은 기업 실적 개선이 아니라 밸류에이션 확대에 따른 흐름"이라며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과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 센터장은 코스피 4000 달성을 위해서는 '주주환원', 5000 달성을 위해서는 'ROE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유 센터장은 "대만은 배당성향이 5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25%에 불과하다"며 "배당성향이 대만 수준까지 올라가면 14~15배의 PER(주가수익비율)을 적용받을 수 있고 코스피 4000 달성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스피 5000은 기업들의 ROE가 구조적으로 올라가야 가능한데, 이를 위해서는 과거에 쌓인 이익잉여금을 줄이고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4000포인트는 단기적으로 가능하지만, 5000포인트 달성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ROE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 율촌 변호사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핵심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문 변호사는 "신뢰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와의 소통에서 비롯된다"며 "현재 주가 상승은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일 뿐, 실제로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거나 소액주주가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정부와 시장 참여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JP모건 "한국 코스피 5000 이상도 가능"

한국거래소가 개최한 KCMC2025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사진은 패널토론 참여자 모습. /사진=곽우진 기자


이날 토론에서는 글로벌 자본시장이 바라보는 한국 증시에 대한 시각도 공유됐다.

믹소 다스 JP모건 아시아 주식 전략가는 "향후 12개월 코스피 목표치는 4000 수준이며, 글로벌 여건이 받쳐준다면 코스피 5000은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거버넌스 개혁이 올해 들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으며 성과도 기대 이상"이라며 "방산, 조선, 전기장비, 인공지능(AI),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글로벌 성장의 수혜를 받는 산업에 한국 기업들이 강하게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내외 변수로는 다음 달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피터 스타인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대표도 한국 증시의 상승세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강화하고 밸류업 원칙의 채택과 집행력을 높이려는 정부의 의지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되고 있다"며 "한국이 일본을 벤치마킹해 짧은 기간 내 개혁을 추진하는 노력과 성과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책 투명성을 높이고 영문 공시를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타인 CEO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 근절 정책은 지지하지만 단순한 운영상 오류까지 과도하게 처벌하는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며 "연기금과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 확대를 위해 제도적 인센티브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