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자회사인 지씨지놈 주가가 상장 3개월 뒤까지도 공모가를 밑돌면서 주주들 풋백옵션(환매청구권) 행사와 주관사 삼성증권 매출 출회 가능성이 떠오른다. 사진은 지씨지놈 홈페이지 화면. /사진=지씨지놈


녹십자 자회사 지씨지놈 주가가 상장 3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공모가를 밑돌면서 주관사 삼성증권의 가치평가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이 만료되면서 삼성증권이 옵션 행사로 확보한 물량을 시장에 출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씨지놈 주가는 코스닥시장에서 전날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1만500원) 대비 27.3% 하락한 76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지난달 21일 725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한때 8000원선을 회복하며 반등하는 듯했으나 다시 밀렸다.

주가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시각이다. 공모 당시 기관투자자들의 반응부터 냉랭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547.47대1이었지만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0.7%에 불과했다. 기관의 99.3%가 상장 직후 매도를 계획한 셈이다. 실제로 주가는 상장 첫날과 이튿날에만 공모가를 웃돌았다.

논란의 불씨 '중복 상장'… 손실은 개인 투자자 몫

지씨지놈은 지분 구조상 공모 자금이 회사뿐 아니라 특정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과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중복 상장 논란 때문이다.


최대주주는 녹십자·녹십자홀딩스 및 그룹 임원이고 녹십자와 관계를 맺어온 벤처캐피털(VC)도 주요 주주다. 이런 중복 상장은 특정 종목의 가치가 오너나 계열사 이익에 좌우되는 문제를 낳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를 낮게 평가하는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런 배경에도 삼성증권의 가치평가에는 시장 친화적 요소보다 고위험 요소가 더 많았다는 분석이다. 특례 상장을 통해 현재 실적이 아닌 2028년 추정치를 사용했고 비교기업 선정의 불확실성도 높았다는 이유에서다. 비교기업 4곳 중 3곳이 증시 환경과 제도가 전혀 다른 해외 기업이었다.


유일한 국내 비교기업인 바디텍메드 역시 주가 변동성이 큰 종목이다. 바디텍메드 주가는 지씨지놈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5월 1만6000원대에서 거래되다 최근 1만4000원대까지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바디텍메드는 3300억원대, 지씨지놈은 1800억원대로 차이가 있다.

현재까지 최대 손실을 본 주체는 공모에 참여하거나 상장 후 주식을 매수한 일반투자자다. 풋백옵션을 행사했더라도 10% 손실이고 회사 가치를 믿고 행사하지 않았다면 전날 종가 기준 27.3% 손실이다.


반면 녹십자 그룹은 자회사 주식을 시장 가치보다 비싸게 팔았고 상장 전 투자자들도 5000원대 이하 유상증자로 참여해 이익을 실현했다.

삼성증권도 풋백옵션 행사 만료일인 지난 12일 직후 주식을 매도했다면 손실이 크지 않다. 지난 15일 종가가 8580원으로 공모가의 90%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지씨지놈 주가는 이달 1일 7360원에서 꾸준히 오르다 15일을 기점으로 하락 전환돼 내림세를 이어갔다.

삼성증권 물량 출회 시 추가 하락 우려

문제는 삼성증권이 보유한 지씨지놈 물량까지 시장에 풀릴 경우다. 삼성증권은 주가 하락에 대비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풋백옵션을 제공했다. 상장 후 3개월까지 공모가의 90% 수준에서 주식을 되사주는 조건이다. 일부 투자자가 이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증권도 원금 회수를 위해 조만간 풋백옵션으로 확보한 물량을 장내 매도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업계 시각이다.

지씨지놈 관계자는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주가 하락은 증시 부진의 영향"이라며 "삼성증권과도 계속 소통하고 있는데 풋백옵션 물량 매도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환매 물량 규모에 대해 "답변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뚜렷한 주가 부양 방안을 내놓거나 그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씨지놈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같은 인위적 부양 계획은 없다"며 "IPO 당시 설명했듯이 국내 포트폴리오와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목표로 R&D를 고도화하고 해외 파트너십을 확대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녹십자 그룹 차원의 지원에는 "당장의 추가 투자 계획은 없지만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 지원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