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 소실된 리튬이온배터리가 소화 수조에 담겨 있다. /사진=뉴스1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된 가운데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요소인 만큼 향후 이를 기반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단 우려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대전 국정자원 전산실에서 화재가 일어나 22시간 만에 진화됐다. 작업자 13명이 5층 전산실에 있던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던 중 불꽃이 튀면서 대형 화재로 이어졌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위험성이 또다시 드러났다.

그동안 리튬이온 배터리를 둘러싼 안전성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ESS에 꾸준히 활용되는 이차전지지만 폭발 위험이 크다는 한계 탓에 논란이 일었다. 외부 충격이나 과충전 등의 이상 조건에선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열폭주'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게 큰 문제로 인식됐다. 내부 화학반응이 끝날 때까지 불길이 이어져 화재 진압도 어렵다. 국정자원 화재 진압에 하루 가까이 소요된 것도 이때문이다.


ESS에서 대규모 화재가 연이어 발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8월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동국제강 포항공장 내 ESS센터 전기실에서도 화재가 일어났다. 해당 설비에는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 수천 개가 장착됐다. 2022년에는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 캠퍼스 데이터센터에서 ESS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발생해 수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었다. 2017년 이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발생한 ESS 화재 사고는 55건에 달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위험성이 재조명되면서 ESS와 신재생에너지를 함께 키우려는 정부 정책도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ESS 확대를 계획하고 있지만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커질수록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게 더 어렵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산림 훼손, 소음 문제 등으로 인해 인근 주민동의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업계에선 ESS 수요와 배터리 안전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LFP 배터리는 기존보다 화재 위험이 낮고 오랜 시간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다. 전고체 배터리도 해결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해당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폭발 및 화재 위험을 대폭 낮췄다.

두 배터리 역시도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LFP도 리튬이온 배터리의 일종인 데다가 보급률도 높지 않기 때문에 화재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전고체 배터리도 대안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불이 안 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앞으로 소비자가 믿고 사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