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9일 인허가 간소화와 규제 혁신을 통해 정비사업 기간을 평균 18.5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는 등 자체 공급 대책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서울시가 정부의 9·7 공급대책과 차별화된 자체 공급대책을 29일 발표했다. 이날부터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민간임대, 청년안심주택 등 세부대책을 순차 공개할 예정으로 공공 주도의 9·7대책과 달리 민간 중심 공급을 추진한다.


가장 먼저 인허가 간소화와 규제 혁신을 통해 정비사업 기간을 평균 18.5년에서 12년으로 줄이는 방안이 공개됐다. 시는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을 개선해 2031년까지 총 31만가구를 착공하고 이 중 19만8000가구를 한강변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위주 공급 실패 반복 안 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중구 시청에서 '신속통합기획 2.0' 등 주택공급대책 발표 간담회를 열고 "지난 정부들의 경험을 보면 반시장 규제가 오히려 집값을 올린 근원"이라며 "정부의 9·7대책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이미 실패한 공공 위주의 방식을 반복하고 서울 핵심지 공급이 부족해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앞서 오 시장은 9·7대책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지고 수요자가 원하는 서울 핵심지의 공급안이 빠졌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라며 "공공의 역할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중복 규제를 간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정비사업 초기부터 준공에 이르는 전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인허가 구간의 규제를 혁신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방식으로 수요가 있는 곳에 고품질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오 시장이 29일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정비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2021년 도입한 공공지원제도다.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조합 설립→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이주·철거→착공·준공' 순으로 진행된다.


시는 지난 7월 신통기획 1.0을 개선해 현재 평균 18.5년에 이르는 정비사업 기간을 13년으로 5.5년 줄인 바 있다. 신통기획 1.0이 구역지정·조합설립 기간을 단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2.0은 사업시행인가 이후 단계에서 추가로 1년을 줄여 사업 기간을 최대 6.5년 앞당기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 협의·검증 신속화, 이주 촉진 등 3대 전략을 적용한다.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 2035년까지 37만7000가구 준공이 목표다. 시는 수요가 몰리는 한강벨트에 전체 착공 물량의 63.8% 수준인 19만8000가구를 배치했다. 정비구역 지정을 앞둔 사업장과 모아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 리모델링을 합해 2031년까지 최대 39만가구 공급이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한강벨트에 19.8만가구 집중 공급

오 시장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등 한강 이남에 16만8000가구를 착공할 예정으로 이는 부동산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서울시의 주택공급 원칙은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지원하는 것'"이라며 "숨은 규제를 완화해 주택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오 시장은 '2031년까지 31만가구 공급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묻는 질의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사업이 추진 중인 구역이 432개이고 구역 지정을 앞둔 곳을 합산해 계산한 수치"라며 "발표한 속도대로 진행했을 때 서울시가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시의 추가 지정 계획은 없으나 정부도 지정 권한을 가지게 된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해 지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 협의·검증 신속화, 이주 촉진 등 3대 전략을 적용해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착공 완료할 계획이다. 사진은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이 29일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한강벨트 집중 공급과 관련한 양극화 우려에 대해 "특정 지역에만 공급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구역마다 처리 기한을 두고 더 이상 지연이 없도록 하고 시 전역 정비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은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는 행정절차 지원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기대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평균 5만가구 착공이 쉽지는 않지만, 신통기획이 진행돼온 경과를 고려하면 서울시가 주택공급에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표"라고 평가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실제 로드맵 기간 내 착공까지 이어진다면 공급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행정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소셜믹스, 기부채납 등 사업비와 직결되는 요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업성이 보장돼야 주민 동의율 확보도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