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주식시장이 활황인 상황에서 변액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선 사업비를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합니다. 변액보험 사업비를 높게 책정하다보니 실제 투자에 들어가는 원금이 적어지고 보험가입기간 동안 낸 보험료보다 만기 때 돌려받는 보험금이 적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큰 거죠."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갱신하고 있던 지난 9월 중순 만난 보험업계 고위 임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시장이 본격 살아날 조짐이 나타나면서 변액보험 판매가 2년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이 틈을 타 보험사들이 설계사 수수료를 중심으로 사업비를 높여 이득을 취하려는 모습이 본격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업계에선 통상 설계사 수당 비중이 절대적인 보험사 사업비가 과도하게 책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까진 변액보험 판매시 설계사에 지급했던 수당이 초회보험료(신계약 체결 후 첫 달 납입하는 보험료)의 최대 900%였지만 9월 들어선 최대 1200%까지 제시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대형 생명보험사 선임계리사도 "영업 현장에서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올해 7월까지 변액보험에서 사업비 비중을 7%로 책정했는데 9월부터 15%로 8%포인트(p) 높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상 생보사들이 저축보험 사업비는 전체 보험료의 5%로 책정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변액보험 사업비는 무려 10%p 높은 것이다.

변액보험 월납 보험료로 100만원을 지불한다면 사업비로 15만원을 떼고 85만원을 투자에 활용하는 셈이다. 사업비가 높을수록 투자자 입장에선 손실을 보는 구조다.

변액보험은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펀드에 투자해 운용 성과에 따라 보험금과 해약환급금이 달라지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변액보험 보험료는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저축보험료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사업비는 설계사 수당, 펀드운용수수료, 계약관리비용이 포함되는데 설계사 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로 높다.

보험업계에선 변액보험 시장이 활성화 되기 위해선 사업비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업비가 높을수록 실제 투자에 들어가는 원금은 감소해 수익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변액보험 가입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변액보험 초회보험료(신계약 체결 후 첫달 지급하는 보험료)는 2016년 1조4000억원으로 역대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해 2023년엔 3057억원으로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이를 두고 이달 중순 기자와 만난 한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과도한 사업비가 변액보험 시장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변액보험은 출시 초기 보장성 보험의 성격과 WM(자산관리) 성격을 동시에 지닌 획기적인 상품으로 평가받았다. 여기에 비과세 혜택까지 보장돼 있어 상품의 진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요소도 충분하다.

이제라도 보험사들은 고객들이 변액보험을 선택하는 근본적 이유인 '투자'에 대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과도한 사업비를 줄여야 한다. 과다한 사업비 논란이 가입자들의'변액보험=보험사 배 불리는 상품'이라는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변액보험이 앞으로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인식되길 기대해 본다.
머니S 경제금융부 전민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