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중고'에 시달린 한국GM이 최근 임단협 타결로 철수설 우려를 일단락시켰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기술 투자를 통해 반등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충남 보령공장을 방문한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의 모습. /사진=한국GM


GM 한국사업장(한국GM)이 올해 대미 관세와 내수 부진, 철수설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하며 불안을 진화했지만, 내수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한국GM은 국내 투자를 확대, 내수 반등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GM은 GM의 소형차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창원공장에서는 2세대 쉐보레 트랙스를, 부평공장에서는 트레일 블레이저와 뷰익 앙코르 GX, 뷰익 엔비스타 등 3개 차종을 생산한다. 한국GM은 국내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는데, 미국향 비중이 약 88%로 절대적이다.

25% 자동차 관세 부과로 인한 타격도 상당하다. GM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같은 기간 관세 손실 규모가 약 11억 달러(약 1조5344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 수준인 약 5억5000만 달러(약 7600억 원)가 한국GM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이어왔지만, 관세 부담이 장기화할 경우 올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내부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유휴 자산 매각 계획이 발표되면서 철수설이 확산됐다. 한국GM은 지난 5월 전국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공장 일부 부지 매각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노조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년간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내수 부진과 관세 부담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 서비스를 포기하고 내수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노사는 19차례 교섭을 거쳐 지난달 23일 올해 임단협을 최종 타결했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인상 9만5000원 ▲타결 일시금 및 2024년 경영성과급 1750만원 지급 ▲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지급 ▲각종 수당 인상 등이 담겼다.


사측이 2028년 이후 생산 계획을 제시하면서 철수설도 일단락됐다. 다만 노조가 꾸준히 요구해온 내수 판매 확대가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 GM의 올해 8월까지 누적 내수 판매는 1만554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2020년 5%를 웃돌던 내수 시장 점유율은 현재 1%대까지 떨어졌다.
한국GM은 내수 회복의 돌파구로 GM의 첨단 주행 기술 '슈퍼크루즈'를 낙점하고, 오는 4분기 해당 기술이 탑재된 캐딜락 신차를 국내에 출시한다. 사진은 슈퍼크루즈를 설명하는 하승현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총괄 부장의 모습. /사진=한국GM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내수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GM은 내수 회복의 돌파구로 GM의 최첨단 주행 기술 '슈퍼크루즈'를 낙점했다. 해당 기술은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캐딜락 신차에 최초 탑재, 향후 쉐보레 등 GM의 다른 브랜드로의 확대 적용도 검토할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북미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에 도입되는 만큼 의미도 크다. GM은 슈퍼크루즈의 한국 출시를 위해 국내 도로 환경에 최적화된 고정밀(HD) 지도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100억원이 넘는 직접 투자도 단행했다.


채명신 한국GM 디지털비즈니스총괄 상무는 "한국은 자동차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고 IT 인프라 수준도 높아 다양한 주행 보조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며 "이런 시장을 GM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슈퍼크루즈 적용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것은 한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크루즈 도입 결정은 2028년 이후 생산 계획을 포함해, 한국 시장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겠다는 본사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윤명옥 한국GM 커뮤니케이션총괄 전무는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차를 선보이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슈퍼크루즈 도입은 한국 시장에 대한 본사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고객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