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상이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선거 후보 연설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이 집권 정다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5일 외신에 따르면 전날 다카이치는 결선 투표에서 185표를 얻어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성(156표)을 제치고 승리했다. 특히 이날 승리로 자민당의 첫 여성 총재라는 기록을 썼다. 오는 15일로 예상되는 임시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에서 총리직에 취임하면 일본 첫 여성 총리라는 타이틀도 얻는다.

다카이치는 이날 당선 소감에서 "자민당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많은 사람의 불안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대가 총력을 모아 모두가 참여하지 않으면 당을 재건할 수 없다"며 "모두가 일해야 한다. 나 자신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을 버리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새 총리 부임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일관계에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다카이치는 자민당 내 가장 강경한 우익으로 불린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 노선을 이어받아 '여자 아베'란 별명까지 갖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도 이시바 정권과 거리를 두며 당 총무회장직 제안도 거절했다.

안보·경제 정책 면에서도 강경한 보수 색채를 띨 전망이다. 이에 헌법 개정 추진과 재정 지출 확대 등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자들은 다카이치가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일본 증시가 당분간 다카이치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


한일관계에서는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으로 역사 문제 등에서 갈등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다카이치는 그동안 자민당 총재 후보 중 참배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달 24일에는 "외교 문제가 돼선 안 된다"면서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에게 경의를 표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한일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겠다"며 한국 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