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을 빼먹는 배달 기사를 발견한 자영업자가 분통을 터뜨렸다. 사진은 길거리에서 배달 음식을 먹는 배달 기사. /사진=SNS 캡처


위생 장갑과 젓가락을 들고 다니며 배달 음식을 빼먹는 신종 배달 기사 수법이 등장했다.

경기도 용인시 풍덕천동에서 치킨집 두 곳을 운영 중인 A씨 부부는 지난 10일 SNS에 이 같은 사연을 공개했다. 부부는 "요즘 새롭게 보이는 배달 빼 먹기 수법"이라며 사진, 영상 등을 공유했다.


부부에 따르면 최근 한 손님은 '치킨을 누가 먹다 남긴 것 같다'고 항의했다. 손님이 보낸 사진과 CCTV를 확인하자 배달 전과 음식 상태가 확연히 달랐지만, 배달 기사가 음식을 빼먹었다는 증거가 없어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못했다.

A씨는 CCTV를 통해 문제의 치킨을 픽업한 배달 기사 얼굴과 옷차림을 확인하고 친하게 지낸 다른 배달 기사 B씨에게 "이런 사람을 보면 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가게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문제의 배달 기사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위생 장갑을 낀 채 젓가락으로 마라탕을 먹고 있었다. B씨는 '증거가 없어서 넘어갔다'는 A씨 얘기가 생각나 그를 쫓아간 후 영상을 찍으며 '왜 배달 음식을 함부로 먹냐'고 물었다. 그러자 배달 기사는 "(손님이) 주문을 취소해 자체 폐기하라고 해서 제가 가져가는 것"이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A씨는 "이번에 빼도 박도 못하게 걸렸으니 이제 다시는 배달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가게 사장님이 그냥 넘어갔는지 아직도 배달하고 돌아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내 가게에 오기만 해봐라'라는 심정으로 벼르고 있었는데 진짜 왔다. 얼굴을 정확히 모르지만, 도보 배달에 위생 장갑을 낀 것을 보고 느낌이 싸해 따라갔다"고 전했다.


A씨는 배달 기사가 계단에 배달 음식을 두고 먹고 있는 걸 확인한 후 이를 영상으로 찍었다. 그는 "수법이 진화했는지 나한테 걸리자마자 배차를 취소했더라"라고 분노했다. 영상을 보면 A씨가 "뭐하시냐. 그 음식 저희 건데 왜 먹고 있냐. 방금 픽업하셨지 않냐"라고 따지자, 배달 기사는 이전과 똑같이 "손님이 주문 취소해 자체 폐기된 음식"이라고 거짓말했다.

결국 A씨는 경찰을 불렀고, 배달 기사는 그제야 "사정이 어려워서 그랬다"며 사과했다. A씨는 "난 이런 상황을 미리 알아 쫓아가 잡은 거지만, 모르는 사장님들은 당할 수밖에 없다. 박스에 테이프 붙여 배달 나가는데 어떻게 뜯는지, 티도 안 나게 잘 뜯는다.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배달 기사가 음식을 중간에 빼먹는 행동은 '업무상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음식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까지 소유권은 음식점 점주에게 있고, 배달 기사는 업무상(배달) 점주의 재산을 맡고 있다가 불법적으로 일부를 섭취한 것이기 때문이다. 업무상 횡령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식품위생법에 따라 별도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도 내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