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위기 속 미분양이 급증하며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대구 중구에서 바라본 대구 도심 아파트. /사진=뉴시스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에 지방에선 미분양이 급증하며 건설경기 침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방 중견사들은 부채비율이 급등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증가로 폐업이 늘어 위기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만6613가구로 전월 대비 7.0% 증가했다. 수도권은 1만4631가구, 지방은 5만1982가구로 각각 10.1% 6.2% 증가했다.

미분양 아파트는 6월 6만3734가구, 7월 6만2244가구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8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국 2만7584가구로 전월 대비 1.9%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의 84%는 지방에 몰렸다.


지방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중견 건설업체의 재무 건전성은 더 취약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시공능력평가 11위~30위 건설업체의 평균 부채비율은 280%로 나타났다. 11곳이 부채비율 200%를 초과했다. 업계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통상 200%를 넘는 경우 재정 건전성이 불안한 것으로 판단한다.

비상장사는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2024년 연결기준 부채비율을 산출했다. 한화 건설부문(11위)은 건설부문이 별도 공시되지 않으므로 제외했다. 기업별로 ▲호반건설(12위) 53% ▲DL건설(13위) 96.5% ▲두산에너빌리티(14위) 126% ▲계룡건설산업(15위) 224% ▲서희건설(16위) 56% ▲제일건설(17위) 157% ▲코오롱글로벌(18위) 388% ▲태영건설(19위) 918% ▲KCC건설(20위) 205% ▲우미건설(21위) 83% ▲대방건설(22위) 272% ▲쌍용건설(23위) 194% ▲금호건설(24위) 607% ▲두산건설(25위) 364% ▲한신공영(26위) 207% ▲효성중공업(27위) 209% ▲동부건설(28위) 249% ▲HL디앤아이한라(29위) 305% ▲반도건설(30위) 115%로 나타났다.

"LH·CR리츠 매입 역부족"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실적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유동성 위기는 건설업체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폐업 신고를 한 종합건설사는 486곳으로 전년 동기(435건) 대비 12% 증가했다. 4년 전(226건)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었다.


건설사의 연쇄 부도로 보증사고도 급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사용검사 전 임대 포함) 관련 보증사고 금액은 총 1조1558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증사고 규모가 1조원을 넘은 것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20년 만이다.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방 현장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쌓이면서 유동성이 나빠졌다"며 "이자 부담과 PF 만기 도래가 겹치면 정상 운영 중인 업체의 연쇄 타격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 매입과 리츠(CR-REITs) 방식을 추진중이다. 국토부는 HUG를 활용해 준공 전 미분양 1만가구를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상은 분양보증에 가입한 공정률 50% 이상 지방 아파트로 시행 시기는 3년, 매입 규모는 연평균 3000가구다. 그러나 규모와 매입가 수준은 업계 기대와의 차이가 있고 세금을 지원하는 사업인 만큼 협상 난항이 예상된다.

신광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책임연구원은 "수도권의 투자 가치가 오르면서 수요가 몰리고 지방으로 분산할 수 있는 유인책은 부족하다"면서 "지방에도 입지가 좋으면서 저평가된 미분양 아파트가 있으므로 양도소득세·취득세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