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 로그룹이 무안공항 참사 관련 보잉이 안전하게 항공기를 착륙시킬 수 있는 수단을 조종사들에게 박탈했다며 킹카운티 상급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사진은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사고 기체의 꼬리 부분이 타워크레인에 의해 인양되는 모습./사진=뉴스1


지난해 12월 29일 대한민국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사고와 관련해 희생자 유가족 14명이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항공사건 전문 로펌 허만 로그룹은 지난 14일(현지시각) '보잉이 안전하게 항공기를 착륙시킬 수 있는 수단을 조종사들에게서 박탈했다'며 킹카운티 상급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소장에는 보잉이 1958년에 설계된 구식의 전기 및 유압 시스템을 현대화하지 않아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했고 이것이 조종사들의 안전한 착륙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보잉은 1968년 제조된 첫 737기부터 사고 항공기(2009년 인도)에 이르기까지 핵심 전기 및 유압 구조를 현대화하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백업 안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업그레이드도 시행하지 않았다는 게 법률대리인의 주장이다.

제주항공 2216편 사고 항공기는 착륙 중 조류 충돌을 겪었다. DNA 검사 결과 약 1파운드(약 450g) 무게의 바이칼 가창오리와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고 측 수석 변호사인 찰스 허만은 "미국 연방 규정에 따르면 항공기 엔진은 1파운드 새 4마리를 흡입해도 추력이 75% 이하로 떨어져서는 안 되지만 이번 조류 충돌이 일련의 시스템 고장을 일으키는 연쇄 반응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소장에 기재된 사고 내용을 살펴보면 조종사들이 좌측 엔진을 정지시키고 소화기를 작동했지만 우측 엔진의 추력은 복행(go-around)이 빠듯한 55%까지 떨어졌다. 발전기는 교류 전력을 생산하지 못했고 백업 전원인 배터리마저 작동을 멈췄다. 전기 연결 장치인 버스 크로스타이도 작동하지 않았으며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FDR),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 트랜스폰더까지 모두 동시에 작동을 멈췄다.

착륙 전후 항공기를 감속시키는 거의 모든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랜딩기어(착륙 장치)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고 제동에 필수적인 바퀴 브레이크 및 역추진 장치(리버스 스러스터)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한 플랩, 슬랫, 스포일러 등 양력 장치도 전개되지 않았다.


허만 로그룹은 오는 16일 오후 2시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허만 변호사는 "보잉은 비극적인 사고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희생된 조종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낡고 진부한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외면당한 원고들은 미국 법정에서 보잉이 진실을 말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만 로그룹이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을 대리해 킹카운티 상급법원에 제기한 소장. /사진=허만 로그룹